(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은행권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9월 한 달간 8조원 이상의 특별자금을 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추석과 분기 결산 시기가 겹치면서 특별자금 중 상당 부분이 대출금 상환 용도로 활용됐다. 결국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을 낮춰주는 효과만 가져온 셈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산업은행과 농협 등 7개 주요 은행은 9월 중 추석 특별자금으로 7조원 이상을 지원했다.
당초 예상 지원 규모는 6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국민은행은 1조원을 지원키로 했으나 지난 27일 현재 1조2020억원을 풀었다. 우리은행은 예상 한도(1조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난 1조7482억원을 대출해줬다.
신한은행도 1조원 한도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나은행은 5000억원을 한도로 잡았으나 실제 지원된 금액은 6392억원이었다.
지방은행들도 당초 예상했던 1조원 한도에 근접한 금액을 지원했다.
그러나 풀려 나간 특별자금 중 상당 부분은 은행 곳간으로 되돌아 왔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추석이 3분기 결산(9월 말) 시점과 맞물리면서 중소기업들이 지원받은 자금을 대출 상환용으로 썼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결산을 앞두고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많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A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 용도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이 가운데 9000만원을 대출 만기 상환자금으로 활용했다"며 "경기도 워낙 안 좋아 이번 추석에는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대출 관리를 워낙 엄격하게 해 연체라도 할 경우 향후 자금 차입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은행에서 받은 돈이 돌고 돌아 다시 은행으로 간 셈"이라고 전했다.
기업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 연체는 상상할 수도 없다.
중소기업의 은행 자금 의존도가 워낙 높아 은행 측이 만기 연장을 거부할 경우 무조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괘씸죄에 걸리면 경영자금 차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이상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2.7%가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응답했다.
은행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별자금 대부분이 운전자금으로 지원됐으며 만기 도래한 대출금 상환도 운전자금에 포함된다"며 "신규 요청 건도 있었지만 지원 자금을 만기 상환용으로 사용한 업체도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9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달(2.23%)보다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결산 시점이 도래하면 기업대출 연체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 은행이 대규모로 자금을 지원해 대출 상환도 다른 때보다 많이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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