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후계 공식화 의미와 전망에 대한 국내외 민간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청와대나 주무부처인 통일부 등은 30일 현재까지 김정은의 후계 공식화를 평가하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들이 브리핑 등을 통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거나 "북한의 권력구조와 남북관계 등 대내외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해 나갈 생각이다"는 등 원론적인 코멘트만 내놨다.
정부의 이런 신중한 행보는 나름대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3대 세습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북한의 3대 세습을 대놓고 비난하기도 쉽지 않은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천안함 사태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남북 간 긴장이 북한의 유화조치 등과 맞물려 다소 완화된 상황에서 3대 세습을 비난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북측이 '신성불가침'으로 여길 수 있는 후계문제에 우리 정부가 비난성 코멘트를 내놓을 경우 반발이 불가피하고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정부로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과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남북관계를 적절하게 `관리'해야할 필요성이 큰 국면이다.
물론 정부를 향해 북한의 가변적 상황전개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김정은으로의 후계승계 과정에서 북한의 불안전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비롯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 방향 등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할 핵심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북한의 후계문제에 대해 신중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며 "정부로서는 내부적으로 북한의 후계승계 이후 능동적인 대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도 북한의 후계 공식화에 대해 대체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핵문제로 대치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28일 "최고의 리얼리티 쇼"라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공식 입장은 '신중 모드'다.
중국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도 28일 북한의 김정은 대장 임명과 관련해 "그것은 북한의 내부 사무"라며 언급을 피했다.
북한의 후계 공식화라는 '빅 이벤트'에도 핵과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이 29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핵 억지력을 포기할 수 없고, 강화할 것이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뉴스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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