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대가 각 계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세력 대결을 넘어 차기 대권 후보 경쟁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일정부분 정치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정동영 고문의 경우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낙선, 민주당 탈당에 따른 오랜 정치적 공백으로 당내 조직 기반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2%p라는 간발의 차로 2위를 차지해 저력을 과시했다.
8번의 전국 선거를 치른 경험을 바탕과 특유의 대중성을 앞세워 급속히 당심을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4월 전주 재보선 때 당 지도부의 공천 배제에 반발,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데 대한 비판론과 거부감이 그가 당권을 잡는 데 장애물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고문으로서는 대선후보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지만 이번 전대를 통해 명예회복을 이룬 데다 무시못할 잠재력도 확인한 만큼 계기가 주어주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고문의 한 측근은 "당원과 대의원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다시 평가받으면 된다"며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3위에 그친 정세균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좀 더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게 중론이다.
조직상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실패하면서 지난 2년간의 당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의 재보선과 6.2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데도 불구하고 강성의 486 주류 지도부에 대한 당원들의 거부감과 변화 욕구가 그에게 연임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로서는 486과 맞섰던 비주류가 지도부에 대거 입성하면서 지도부 내에서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 대표에게 모든 힘이 집중되지 않는 집단지도체제인 만큼 최고위원으로서 나름의 목소리와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 전 대표측 관계자는 "당과 당원이 정세균에게 또다른 책무와 짐을 지어준 것"이라며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가는 과정에서 최고위원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 `빅3'에 맞서 당의 변화를 외쳤던 박주선 후보는 호남의 지지세를 기반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최하위인 6위로 턱걸이했다. 호남표가 손 대표와 개혁성향인 천정배 후보에게 쏠린 것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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