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극심한 정부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영국 연립정부가 육아수당 지급 대상을 축소하는 계획을 내놓아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그동안 영국민들은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왔으나 직접적인 복지 혜택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연립정부의 복지정책 전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4일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공개된 육아 수당 삭감 방안에 따르면 부부 가운데 1명이라도 연간 4만4천 파운드(한화 약 8천1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는 2013년부터 수당 지급이 중단된다.
현재 자녀가 16세 미만이거나 16~19세 학생인 경우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가구에 대해 첫째는 주당 20.3 파운드, 둘째부터는 주당 13.4 파운드가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전체 가구의 15%인 120만 가구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2명의 자녀를 둔 경우 연간 1천700 파운드(314만원), 3명의 자녀를 둔 경우 연간 2천500 파운드(46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 노동연금 장관인 노동당의 이베트 투퍼 의원은 "보수당의 복지제도 계획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면서 "중산층 가구에서 일년에 수천 파운드를 못 받게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총리나 재무장관이나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육아 수당은 자녀를 키우는 중산층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복지 정책이었다는 점을 들면서 연립 정부가 너무 성급한 결론을 냈다고 지적했다.
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재정정책연구소도 "맞벌이 부부가 각각 4만4천 파운드에 조금 못미치는 액수를 벌 경우 수당을 그대로 지급받게 되지만 부부 중 한 명이 소득원인 경우 4만4천 파운드를 넘으면 수당을 받지 못한다"면서 형평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아동 담당 차관인 팀 로턴은 "기준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면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면서 세부 사항을 재조정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5일 직접 BBC에 출연해 "육아수당을 유지하고 싶지만 재정 적자를 줄여야만 한다"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노동당 정권이 국가를 파산냈다"면서 전 정부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는 ITV에도 출연해 "엄청난 재정적자를 겪고 있고 저소득층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고세율을 내는 계층에 육아수당을 그대로 지급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힘든 결정이지만 바람직한 방향이고 국민들이 이해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육아 수당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둘째 자녀부터 가족 수당 명목으로 지급되기 시작해 1975년 노동당 정부 때 첫째 자녀 까지 지급이 확대됐다.
연립정부는 5월 출범 후 연간 1천550억 파운드에 이르는 정부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부처 예산을 20% 이상 삭감하는 강도높은 긴축 재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22일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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