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쌓아올리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투자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기업 명성'을 두고 한 말이다.
기업 명성 컨설팅업체 앤서니센앤드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인 피터 앤서니센은 "기업의 명성이야말로 의문의 여지 없이 가장 중요한 상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명성의 위기를 피하거나 위기에 맞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멕시코만에서 원유 유출사고를 냈던 영국 석유회사 BP나 가속페달 결함으로 리콜 대란을 겪은 도요타, 최고경영자(CEO)의 성추행 혐의가 논란이 됐던 휴렛패커드(HP) 등이 최근 기업 명성을 지키는 데 실패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서 대차대조표에도 드러나지 않는 기업의 명성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위기 상황에서 기업 명성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WSJ는 우선 기민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주디 라킨은 "문제가 발생하면 고위 관리자들은 주주들의 기대와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미루는 것이야말로 더 큰 피해를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BP와 도요타가 명성에 치명타를 입은 것도 문제해결을 위한 소통기회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라킨은 "해결을 미루게 되면 외부에서 문제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추측하고 상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실시간 뉴스가 24시간 공급되는 온라인 미디어 시대에서는 더더욱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들과의 소통 기회를 최대한 늘리고 위기가 발생하면 문제 해결 방안도 곧바로 제시해야 한다.
WSJ는 기업 외부는 물론 내부 소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반 직원들은 최고경영자(CEO)나 회장만큼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고위 경영진들에게 최대한 빨리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기관리컨설팅업체인 레퓨타빌리티의 앤서니 핏치먼스 회장은 "BP 이사회는 멕시코만 사태가 발생한 직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며 "큰 기업일수록 하위 직원들이 가진 모든 정보가 상사에게 전달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손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행'을 통한 기업 자체의 방어전략이다. 평소 좋은 평판을 잘 쌓아둔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평판에 큰 해를 입지 않고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식음료업체 코카콜라는 1999년 벨기에에서 독성이 담긴 콜라를 먹고 학생들이 복통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해 판매 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후 코카콜라 거부 운동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이듬해 유럽에서 최고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앤서니센은 "이는 코카콜라가 오랜 기간 주주들과 신뢰를 쌓아둔 결과"라며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 축적된 선행과 믿음이라는 코카콜라의 이미지가 재기의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WSJ는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문화와 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전히 다수의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대해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하는 것' 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평판은 그 양을 잴 수도 없고 비용이나 이윤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니키 하비 크리스티옥션의 위기경영 부문 대표는 "기업 명성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모든 이사회 회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직도 어렵다"며 위기관리에 대한 기업 문화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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