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의 아버지' 백남준(1932∼2006)과 세계적인 록 밴드 비틀스의 리더 존 레넌(1940∼1980)은 1960∼1970년대 세계 문화계에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였다는 점 말고도 아내가 일본인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와 달리 백남준의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여사는 그동안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구보타 여사가 지난 7월 중앙일보 남정호 국제부장과 함께 펴낸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이 8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신문 1면에 칼럼을 쓴 이는 20여년간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해온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다.
구로다 지국장은 이 칼럼에서 자신을 백남준의 숨은 팬이라고 소개한 뒤 "내가 여기(칼럼)서 소개하려는 건 그의 부인"이라며 구보타 여사의 내조를 일본에 알렸다.
구보타 여사는 남편 백남준을 '나의 욘사마'라고 불렀고, 자신은 '한류(韓流) 팬의 선구자'라고 규정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난 계기는 백남준의 1964년 도쿄 공연이었다. 백남준이 신고 있던 신발에 물을 부어 마시는 충격적인 공연을 한 뒤 시게코 여사는 '저 남자를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결심했고, 뉴욕으로 날아가 이후 40여년을 함께 했다.
구보타 여사는 '천재이지만 어린아이 같은, 생활감각이라고는 전혀 없는 남편'을 마지막까지 믿고 헌신했고, 말년에는 뇌졸중에 걸린 남편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백남준은 이런 아내에게 "내 몸이 좋지 않아 시게코는 바쁘네. 손이 천 개 있는 천수관음(千手觀音)같아"라며 고마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다 기자는 같은 칼럼에서 한국 최고의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이나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아내도 일본인이었다는 점을 소개하며 양국의 깊고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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