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오르는 물가를 잡느냐, 떨어지는 환율을 묶느냐. 오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동안 시장에서는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는 데다 지난 8~9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친 만큼 이달 기준금리는 '인상'이라는 확정적 전망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가속화한 미국·중국·일본·유로 등의 글로벌 환율 전쟁에 따른 원화값 급등으로 이달 금리 전망은 안갯속에 빠졌다.
◆ 물가 상승률 '고공행진'… 인상론 '우세'
아직까지는 금리 인상론에 무게가 실린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가장 큰 이유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1% 올랐다. 지난 2003년 3월의 1.2%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연율로 환산하면 13.2%의 기록적인 수준이다. 전년 동월대비로도 3.6% 오르며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기준치인 3.0%를 0.6%포인트 웃돌았다.
지난달 농림수산품의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16.0%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196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1.0% 올라 지난해 7월의 1.2%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통상적으로 생산자물가는 3개월 이후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 말에서 내년 초 물가에 대한 우려도 높다.
또 지난 1일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5월 13일 이후 4개월 반만에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점도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금통위가 금리를 올려 물가 안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 전문가 167명으로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1.1%가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지난 7월 금리 인상에도 채권금리가 추락하는 등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괴리되고 있는 점도 이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금통위가 지난 8~9월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이달에는 실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원화값 급등·글로벌 유동성 '최대변수'
하지만 금통위가 물가 불안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엔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못하다.
미국·일본·중국·유로 등 주요 경제권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에 나서며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고삐 풀린 글로벌 유동성은 견조한 성장세를 잇고 있는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한달 동안에만 75원 급락했다. 이 시기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캐리트레이드 자금 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져 환율 추가 하락을 이끌 수 있다.
통화량 조절을 위한 금리 인상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유도해 통화정책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승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모멘텀 약화, 원화 강세 등 기준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10월 금통위가 금리를 올려도 수급 호조로 시중금리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고3년 지표금리는 10월 중에 연 3.00%에서 3.70%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 수출업체의 경쟁력이 저하돼,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은 성장률이 떨어지는 등의 부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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