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연평균 24만여개 일자리 창출 등 전망
사내 하도급 문제 등 '고용시장 유연화' 눈길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고용창출을 통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정부가 1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성장ㆍ고용ㆍ복지의 조화를 위한 국가고용전략 2020'의 골자다.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을 내걸었던 정부의 고용전략이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고 한계에 달했다는 자성(自省)끝에 나온 대책이다.
실제로 최근 고용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청년층과 노년층, 빈곤층 근로자를 비롯한 국민의 체감지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일 고용노동부가 분석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지표에 따르면 국내 55~64세 고령자의 고용률은 1994년 62.9%에서 2009년 60.4%로 하락했다.
반면 OECD 평균치는 46.1%에서 54.5%로 상승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비중도 2000년 70.8%에서 지난해 65.5%를 기록, 10년만에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는 성장-고용-분배라는 선순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전략이 빗나갔음을 방증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창출 동력이 떨어져, 만약 이대로간다면 고용문제가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고용 친화적 경제ㆍ산업 정책 △공정ㆍ역동적인 일터 조성 △취약인력 활용과 직업능력 개발 강화 △근로 유인형 사회안전망 개편 등 4대 전략을 통해 무엇보다 국민들이 경제회복의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4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현재 62.9%인 15~64세 고용률을 2020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내 하도급 문제와 파견ㆍ기간제 고용 규제, 장시간 근로 관행을 포함한 '고용시장 유연화' 대책이다.
정부는 지난 7월 현대자동차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쟁점화한 사내 하도급 문제에 대해서 실태조사를 벌이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직접 고용지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건설업종에서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 온 과도한 노무비삭감, 유보 임금, 숙련기능인력 부족, 불법 외국인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할 예정이다.
또 신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도 내년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총 32개 파견 업종 중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업종은 제외하고, 제품 영업과 경리사무, 웨이터 등 수요는 많지만 정규직 대체가능성이 적은 업무의 사용기간을 현실적으로 조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여성과 노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시간제 일자리를 상용형 중심으로 확대해 여성이 가정과 직장생활 모두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령자에 대한 '생애 이모작'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국가고용전략은 정부차원에 발표하는 최초의 종합적인 대책"이라며 "특히 경제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담당 부처와 공조하고 노사간 이견이 큰 문제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이 '고용의 질'을 전반적으로 악화할 거라고 우려하고 있어 실제 정책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번 전략이 기존 정책을 '짜깁기'한 수준에 그친다며 참신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질타했다.
또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려면 재정확보가 시급한데, 정부가 직업능력개발용으로 적립된 고용보험기금에 대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ID) 박사는 "'짜깁기'라도 매도하기엔 정부가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라며 "하지만 파견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여건이 분야별로 다르고, 사내 하도급 문제는 노사간 아킬레스건에 비유될 정도로 민감한 문제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앞으로 노사정간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고용시장 유연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차치하더라도 장기적인 플랜이 없는 점은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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