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질서 변혁] G20 서울 회의에서 탄생할 글로벌 스탠다드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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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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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 없는 초고속 성장과 IT버블, 부동산 경기 호황, 세계 곳곳으로 번진 개발 붐, 금융기관들의 공격투자 등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 호황.

이어지는 버블 붕괴와 세계적 투자은행(IB)들의 파산, 신용경색의 세계적 전이, 과중한 국가부채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부도위기.

인간의 오만이 바벨탑을 붕괴시켰듯이 금융가의 탐욕이 전 세계 경제를 넘어트렸다. 그동안 자율 시장경제가 최선이라고 부르짖던 금융권은 물론 정부와 학계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로운 경제 시스템 논의의 시발점이었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은 각 정부의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금융규제 등을 통해 발등의 불을 진화했다. 위기를 진압하는 과정서 각 국가들은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서는 제도의 완성판이 나올 전망이며, 여기에 따른 한국의 대응 전략과 향후 전망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또 위기 이후 비대해진 정부의 역할과 규제를 어떻게 시장에 되돌릴 지, '뉴 노멀'과 '정부의 현명한 리더쉽'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3회에 걸쳐 글로벌 금융질서의 변화와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금융시장을 전망해 본다.

(아주경제 김유경 고득관 기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영원할 것 같은 존재들은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의 미국 투자은행(IB)들이 그랬다.

이들 은행은 적은 자본금으로도 높은 신용을 무기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세계 곳곳에 투자했다. 이들은 미국과 자신들의 신용도를 과신했고, 글로벌 경제가 언제까지나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맹신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공격 투자는 세계 경제를 쓰러트리는 계기가 됐다. 과도한 레버리지와 위험투자가 문제가 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의 가장 큰 화두는 레버리지와 위험투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투자에 세금을 물리고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높이며, 투자규모를 제한하는 등의 논의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있다.

또 이번 논의는 G20를 중심으로 중요 국가에 동일한 룰을 적용해 위기가 딴 곳으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자는 의도도 있다. 일종의 금융질서의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가 탄생하는 셈이다.

현재 주요 논의 사항은 △은행의 자본 취약성 △유동성 제고를 위한 실탄 확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 대형은행)에 대한 책임 강화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보통주 자본비율을 기존의 2.5%에서 4.5%로 높이고, 2.5%의 완충자본을 쌓는 방안이 도입된다.

미국의 볼커룰로 대표되는 SIFI에 대한 규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아직 볼커룰이 G20정상회의의 공식 의제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은행세 부여 등의 대책이 도출될 전망이다.

또 외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시스템 위험 감소를 위해 장외파생상품 표준화 촉진과 중앙청산소를 통한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발표된다.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논의도 결실을 보게된다.

현재 논의 중인 금융제도 강화 조치는 한국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바젤Ⅲ의 각종 기준치를 가장 엄격하게 적용해도 이 수준을 웃돌고 있다.

현재 한국의 관심은 새 글로벌스탠다드 조성에서 얼마나 역할 발휘를 하느냐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주요 경제국들의 유동성 완화로 불거진 환율 문제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국제 기구 개혁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패권이 약화된 상황서 이들 지역 국가는 쿼터 등 기존 체제 유지를, 중국·러시아 등 신흥국가는 변혁을 요구한다.

특히 규제·감독·정리절차·거시건전성 감독 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 IMF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번 회의에서 각 국가가 주도권을 잡길 원하는 이유다.

한국이 국제기구 개혁 문제는 물론 환율문제를 어떻게 잘 봉합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금융질서 재편 과정에서 중심에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금융안정망과 IMF 개혁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지분 조정 등의 협의가 까다로운 문제가 있지만, 개도국에게 의존하면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는 "이번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성공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성과와 구체적인 합의까지 이끌어내야 한다"며 "사전 회의에서 방향을 한국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꺾고, 10을 최고로 봤을 때 8, 9 정도의 구체성만 있어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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