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이미경·김병용 기자) 환율과 원자재대란이 겹치면서 4분기 국내 산업계 경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4분기 들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있어 우리 수출기업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원가는 늘어나는 이중고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같은 추세가 올해 말까지 지속될 전망이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31.5원으로 14.8원 상승 마감됐다. 하지만 이는 달러 약세분위기가 조정을 받은데 따른 것으로 하락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외환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환율이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인 1100원 선에 근접하면서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고환율 효과가 소멸되고 있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평균 1100원으로 떨어질 경우 주요업종 중 정밀기기, 가전, 정보통신 등의 수출증가율이 각각 21.4%p, 17.1%p, 10.5%p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당장에 전자업계는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반도체와 LCD패널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 비해 10% 이상 떨어진 제품 가격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하락 속도조차 가파르게 진행돼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라는 폭탄을 맞은 셈이다.
특히 국내 생산 의존도가 높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백색가전 부문의 경우 환율 약화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보다는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즉 다양한 통화결제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환율 하락에 대응할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도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 하반기 평균환율을 1110원으로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면서도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이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액이 2000억원 정도 떨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아무런 소득 없이 폐막됐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전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환율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대응해 연구개발 확대, 사업구조 고도화, 브랜드력 제고 등 근원적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원자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수출기업에 이중고가 되고 있다. 자동차부품의 주요 원자재인 천연고무 가격 급등하는 등 원자재 값도 상승했다.
한국수입업협회에 따르면 천연고무 8월 수입가는 1M/T 기준 3294.4 달러로, 전년 동기(2057.5 달러)대비 61% 가량 급등했다. 이로 인해 합성고무 원가도 지난해 말보다 15% 상승했다.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철 가격 급등으로 시름이 커진 철강업계가 대표적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원가절감 활동은 회사차원에서 필수적으로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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