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사흘간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리는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는 국내 팬들에게 생소하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데다 국내 모터스포츠도 활성화된 편이 아니라 연예인 또는 여성 드라이버가 가끔 화제가 되는 정도인 것이 현실인 탓이다.
그러나 F1은 알고 보면 이보다 더 간단할 수가 없을 만큼 쉬운 종목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빨리 달린 머신이 1위를 차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알면 알수록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스포츠이기도 하다. F1 관전의 A,B,C부터 짚어가며 이번 코리아 그랑프리를 관전할 준비를 해보자.
◇레이스는 3일
F1 대회는 금, 토, 일요일 사흘간 열린다. 금요일은 서킷 적응을 위한 연습 주행이 열리고 토요일에는 예선 경기가 벌어진다.
예선은 24명의 선수가 3차에 걸쳐 치른다. 20분간 열리는 1차 예선에서는 하위 7명이 탈락하고 이어 15분간 진행되는 2차 예선에서 또 하위 7명을 걸러낸다.
마지막 3차 예선은 10분간 열리며 3차 예선 결과에 따라 예선 순위가 결정된다.
예선은 한 바퀴를 가장 빨리 돈 선수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된다. 즉 1차 예선의 경우 20분간 가장 빠른 한 바퀴 기록을 낸 선수가 1위가 되는 식이다.
몇 바퀴를 돌 것인지는 선수의 자유다. 한 바퀴만 돌고 성적이 잘 나왔다면 더 이상 안 돌아도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제한 시간 내에 몇 바퀴라도 돌 수 있다.
이 예선 순위가 높을수록 다음날 결선에서 앞 자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결선은 24명의 선수가 예선 성적에 따라 출발하며 정해진 거리를 가장 빨리 달린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다.
경기장은 대회마다 규격이 다르다. 대개 3~7㎞의 서킷을 44~78바퀴를 돌게 되며 2시간 이내에 경기가 끝나야 한다. 한국 대회는 5.615㎞의 서킷을 55바퀴 돌아야 한다.
◇피트 스톱(Pit Stop)
레이스 도중 타이어 교체 및 차량 정비를 위해 멈추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 피트는 서킷 안에 마련된 차량 정비소를 뜻한다.
지난 시즌까지는 레이스 도중 급유를 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재급유가 금지됐다. 약 300㎞를 완주하기 위해 필요한 연료량은 210~250ℓ다.
재급유 금지 규정에 따라 올해부터 머신은 150㎏ 이상의 연료를 더 싣고 달리게 됐다.
따라서 지난 시즌까지 레이스 도중 두 차례 피트 스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타이어 교체를 위한 의무 피트 스톱 한 번만 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머신이 피트에 들어와 타이어 4개를 갈아 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가 안 걸린다. 그만큼 드라이버뿐 아니라 스태프들의 역할도 크다.
◇세이프티 카(Safety Car)
모터스포츠가 생각보다 안전한 스포츠라고 하지만 속도를 다투는 종목의 특성상 서킷 안에서 사고가 종종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서킷 안에서 사고가 벌어지는 등 주행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기장 안으로 세이프티 카가 들어와 선두를 이끌게 되며 경기 진행 요원은 황색 깃발을 흔들게 된다.
이 상황이 레이스의 변수가 되는 이유는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는 추월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도는 바퀴 수도 전체 바퀴 수에 포함이 되고 추월은 안되지만 전체적인 속도가 느려지며 머신들의 간격이 좁혀지게 된다.
위험 요소가 제거되면 다시 초록색 깃발이 나오면서 머신들이 속도를 내며 추월을 할 수 있는데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좁혀진 머신들의 간격이 변수가 되는 것이다.
◇포뮬러(Formula)
대회 명칭에 붙어 있는 포뮬러라는 말은 뜻 그대로 '공식'이라는 의미다. F1 머신이 각 팀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여 만드는 것이지만 기본적인 규정은 지킨 가운데 각자의 특성을 발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차체 무게, 타이어의 크기와 홈, 연료 탱크의 용량, 엔진 배기량 등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이 있다.
엔진 배기량은 2.4ℓ인데 이는 국산 중형차 정도 크기다. 그러나 동급 시판차의 출력이 170~180마력인데 비해 F1 머신은 무려 750마력에 이른다.
또 보통 승용차 엔진이 최대 6천rpm이지만 F1 머신은 1만8천rpm까지 사용한다. 1분에 피스톤이 1만8천번이나 움직인다는 것이다. F1 엔진의 경이적인 소음이 바로 여기서 나게 된다.
변속기는 수동이지만 자동처럼 조작한다. 운전대에 달린 레버를 당겨 단수를 조절한다. F1 드라이버는 200분의 1초만에 기어 변속이 가능하다.
또 차체는 벌집 모양의 알루미늄 구조물 위에 탄소 섬유 껍데기를 붙이는 방식으로 만든다.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다 부딪혀도 드라이버가 별로 다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알루미늄 구조에 있다.
F1 머신은 이렇게 성능 자체도 대단하지만 빠른 진화 능력이 더 돋보인다. F1 팀들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공기 역학적 구조물이나 노면 충격에 대응하는 부품들을 새로 만들어낸다.
BMW, 페라리, 메르세데스, 르노, 도요타 등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이 F1에 참여했거나 발을 담그고 있는 이유가 바로 F1 무대가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5대 생산국인 한국도 이제 F1 대회를 개최하며 국제적인 신차 개발의 질과 속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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