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있고 ‘우리’가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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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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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미술품가격정보연구소장·오픈아트 대표)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북한’이라는 말을 썼다고 화제다. 외유생활이 길어지면서 ‘(북)조선’ 보다는 ‘대한민국(한국)’이라는 말에 더 익숙해졌는가보다.
대한민국의 국력은 우리 스스로 놀랄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위기를 모범적으로 벗어나고, 경제성장률이 OECD국가 중에서 가장 앞선다. 영향력이 올림픽을 능가한다는 G20 정상회의도 우리나라 서울에서 열린다.

밖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실로 자부심을 느낄 만큼 막강하다. 그러나 시선을 이 땅 안으로 돌리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뉴스를 보면 도저히 이해 못할 일들의 연속이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모두가 제 목소리만 높이고, 제몫 챙기기에만 바쁘다. 나의 이익과 존립을 위해서는 더 이상 국가는 없다.

여당과 야당이 안과 밖에서 싸우는 것은 결국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다. 국운이 걸린 일이면 하나로 뭉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네 정치판에서 그런 일을 찾아보기란 불가능하다.
북한 관련 문제가 터지면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황장엽보다도 더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서도 남 탓하기에 바쁘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내 편이면 영웅이고, 네 편이면 ‘나쁜 놈’이다.
장관이 자신의 딸을 특채하고도 당당하고, 한통속인 주변인들은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해외 외교관 자녀에게 연간 1인 최대 4000만원이 넘는 학비를 대주고도 별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전 직원의 절반이 억대 연봉인 공기업도 있고, 요양비로 1인당 4000만원을 지원해주는 조직도 있다. 그런 부자들만 사는 조직이 정부 예산으로 아파트를 임대받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지원해주기도 한다.

사익이 공익에 앞서는 것은 물론, 개인적 판단이 객관적이며 상식적인 판단을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잘못이 밝혀져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버티다가 밝혀지면 ‘그 정도는 너도 하지 않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법의 판결이 나와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국회의원이 공개석상에서 한 말을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나를 위한 잣대와 남을 위한 잣대가 다르다. 범법자를 잡아들이는 경찰이 성폭행 등 각종 비위로 파면 또는 해임된 경찰공무원을 무더기로 복직시키는 나라다.

기업도 오십보백보다. 미성년 자녀에게 편법으로 수십억 원의 재산을 넘겨주고, 대형유통업체의 지역상권 파괴를 막기 위해 법안을 만들자 이를 막기 위해 FTA 상대국을 찾아가 반대로비를 펴기도 한다. 국민이 세금으로 되살려놓은 기업을 서로 차지하려고 집안싸움도 마다않는다.
남들 앞에서 버젓이 말바꿈을 하고, 억지를 부리며, 오히려 더 당당해지는 세상.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잘못을 알더라도 인정하지 않는 세상. 나와 우리끼리만 통하면 그만인 세상.

코미디언의 말처럼 ‘내가 믿는 것만 믿는 더러운 세상’이 따로 없다. ‘타블로 학력 위조’건 처럼 온갖 증거를 제시하고 경찰이 수사를 해서 사실을 밝혀도 안 믿는 세상이 되어버린들 누굴 탓하겠는가.
국감 때면 봇물 쏟아지듯 터져 나오는 온갖 부당과 불합리의 성찬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렇게 세상이 떠들썩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목청을 아무리 돋워도 돌아서면 흐지부지 되는 오랜 체험이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이다.
이런 나라를 세계 각국이 배우고 싶어 안달이라니 참으로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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