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미경 기자) 지난 14~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0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BIFOT 2010)' 행사장에는 선박, 항공기, 자동차는 물론 방탄복, 해양용 로프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국내 수퍼섬유소재 기술이 총출동했다.
꿈의 섬유기술 집합체가 되었던 이번 전시장에는 1인이 운영하는 기업부터 중소·대기업·연구소 등이 골고루 부스에 배치돼 직접 연구하고 개발한 섬유기술들을 뽐내는 자리로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아직 코스닥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고도의 기술로 무장한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고급 첨단기술을 갖춘 섬유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면서 방문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중소업체들,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 갖춰
전시장 내부로 들어서니 섬유전시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첨단수퍼섬유가 무인 헬기부터 자동차 범퍼, 방탄, 방검복, 선박 로프, 요트 등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었던 것.
우선 전시장 입구 근처에 무인헬기가 놓인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이 무인헬기는 엔진을 제외한 70%가 탄소섬유로 만들어졌다. 기존 철이나 알루미늄 제품의 무게보다 30% 정도 가볍게 제작됐다. 현재는 농약살포나 고공촬영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농협 등 영농법인에 납품하고 있다.
이같은 탄소섬유를 소재로 무인헬기를 제작한 회사는 직원 11명의 '원신스카이텍'이라는 회사. 턱없이 부족해보이는 인력이지만 지난 2008년부터 중국과 프랑스, 터키,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제품들을 수출할 만큼 기술력과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15조. 올해 매출은 작년의 2배인 34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에는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또 방탄·방검복, 하이브리드 보호복, 탄소섬유 하이브리드 플레이트 등을 대거 전시한 '아르모프'라는 회사도 눈에 띄었다. 1인기업이기도 한 이 회사의 한주엽 대표는 몽골에서 직접 방탄복을 입고 총으로 테스트를 하는 동영상을 선보여 방문객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 아르모프의 한주엽 대표가 칼로 직접 방검복의 성능을 시현하고 있다. |
한 대표는 이자리에서 직접 날카로운 칼로 방검복을 내리치며 칼이나 총알도 뚫을 수 없는 견고한 섬유 제품임을 현장에서 직접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이 회사는 작년에 설립돼 2년만에 한국특허 6건과 미국특허 1건 등을 출원했다. 최근에는 신개념의 하이브리드 방호복도 출시했다.
이어 전시장 한켠에는 선박에 이용되는 굵은 로프가 눈에 들어왔다. 초고강도 섬유로프로 철보다 14~15배이상 강도가 세고 가벼운데다 내구성까지 갖췄다. 이러한 놀라운 기술을 선보인 회사는 '동양제강'이라는 회사. 이 회사는 초고분자 폴리에틸렌(UHMWPE)로 슈퍼섬유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슈퍼섬유는 선박용 특수로프부터 방탄조끼, 낙하산, 신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해양 특수로프의 경우 삼성, 현대 중공업, STX, 대우조선해양 등의 대형조선소에 일부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년간의 시험생산을 마치고 내년에 공장을 증설, 본격적인 대량생산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무암을 높은 온도에서 녹인 뒤 원사형태로 뽑아내는 기술을 선보인 업체도 있었다. 1987년에 설립된 '와이제이씨'는 현무암섬유와 필터용 유리섬유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무암섬유는 원적외선이 다른 섬유에 비해 월등하게 방출된다"며 "이 섬유를 이용해 헬스 제품으로 복합재료를 성형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전시장에는 탄소섬유를 소재로 요트 생산에 나선 업체도 있었다. FRP(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를 소재로 국내 최초로 요트 생산에 성공한 광동FRP.
이 회사는 탄소섬유로 선박을 제작해 기존보다 무게를 절반으로 줄였다. 대당 12억을 투자할만큼 고가의 투자비가 소요되고 있지만 해외의 요트와는 차별화된 수요자 맞춤형 요트를 제작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부울경산업용섬유산업협회(BITA) 관계자는 "많은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슈퍼섬유소재 시장에서 뛰어난 기술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고부가산업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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