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총재들, 유동성 함정 우려.. 선제조치 촉구
"필요성 수긍" vs "잘못된 인식 심어" 의견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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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장(사진)은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연례 회동에 참석해 미국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며 물가 목표치를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유동성 함정은 금리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이나 재정지출 확대와 같은 재정정책으로도 경기가 부양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그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는 돈을 더 풀어도 경제 회생을 촉진시킬 수 없다"고 지적하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인플레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물가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장도 이날 회동에서 디플레에 빠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디플레에 빠진 후 취한 것처럼 점진적으로 통화와 재정 정책을 손질하는 것이 디플레가 가시화되기 전에 손을 쓰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란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플레가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선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싸게 먹힌다는 판단"이면서 "일본이 여전히 디플레와 싸우고 있는 것은 디플레가 일단 자리 잡으면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5일 데니스 로카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장도 애틀랜타에서 종합건축자재 양판 체인인 홈디포 경영진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미국의 인플레가 너무 낮다"면서 "이 상태로는 디플레로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과거 '인플레 목표치'의 필요성을 수긍하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디플레 목표치를 채택해야 한다는 생각일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릴 그램리 전 연준이사는 "디플레 목표치 설정이 주사위 도박일지 모른다"면서 "(디플레 목표치가) 어떤 효과를 낼지에 대한 연준의 과거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램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에 시험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 내에서도 디플레 목표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장은 지난 1일 디플레 목표치 설정의 필요성을 수긍하면서도 이것이 투자자로 하여금 '연준이 장기적인 물가 목표치를 어설프게 만지는구나'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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