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대형 기업 인수ㆍ합병(M&A) 거래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글로벌 M&A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2ㆍ3위 철광석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과 리오틴토의 합작사 설립 계획이 독일과 일본의 반독점 규제에 걸려 무산됐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추진돼온 116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자원개발 합작사 설립안은 백지화됐다.
글로벌 M&A시장에서는 최근 이같은 협상 결렬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네드뱅크와 지분 50억 달러 어치를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 국영 화학업체인 시노켐이 캐나다 비료업체 포타시를 상대로 낸 적대적 인수 제안도 수개월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최근 '빅딜'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는 것은 다시 고조되고 있는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식욕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면서 유동성은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지만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재정긴축과 과세확대, 규제강화 움직임에 환율갈등마저 더해져 기업들의 자신감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3개월간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M&A시장은 활력을 잃고 있는 분위기다.
컨설팅업체 언스트앤드영이 지난 3월 초 글로벌 기업 임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8%가 향후 6개월 안에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현금자산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M&A시장에 몰린 자금은 1조75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늘었다.
하지만 언스트앤드영이 이달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인수 대상 기업을 물색 중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25%를 밑돌았다.
필립 노블릿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유럽 M&A 부문 책임자는 "M&A를 통해 기업 성장을 추구해온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부정적인 거시경제 전망과 시장변동성으로 기업 인수에 나서길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쳐나는 유동성을 백분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없지 않다.
매튜 폰소비 바클레이스캐피탈 유럽 M&A 부문 책임자는 "빅딜이 주춤하는 사이 소규모 거래로 성장을 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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