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나쁜…그래서 매력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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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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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부당거래'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스토리의 미덕은 재미다. 재미란 보는 이 또는 읽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엇을 말한다. ‘액션키드’ 류승완 감독이 3년 만에 선택한 신작 ‘부당거래’는 스토리의 미덕에 충실한 영화다. 얽히고설킨 영화적 구조와 똑 떨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잘생긴 한편의 범죄 드라마로 탄생했다.

영화의 완성도 측면이나 캐릭터의 흡인력 및 빠른 화면 전개 등이 120분의 상영 시간 동안 틈을 주지 않고 내달린다. 황정민의 유명한 ‘밥상 소감’을 따온 대사나 조연들의 맛깔 나는 코믹 요소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다만 바늘 코를 꿰듯 현실을 꼬집은 영화적 스토리가 보는 이에 따라선 불편한 재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하다.

영화는 제작단계부터 ‘사생결단’과 비교 대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탔다. 투톱 설정과 비슷한 내러티브, 인물의 전형성이 닮았다.

연이어 터지는 초등학교 여학생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사 철기(황정민), 검사 주양(류승범), 건설업체 사장 석구(유해진)이 뒤엉킨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이들의 배후 세력이 가세하고 영화의 폭은 한국 사회의 이면까지 뻗어 나간다. 더럽고 냄새나는 하수구를 향해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나쁜 놈들의 ‘부당거래’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하지만 ‘부당거래’는 좀 더 날것에 가깝다. ‘사생결단’이 권선징악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영화는 끝까지 ‘지독하게 나쁜’ 어떤 것에 매달린 채 달린다. 바로 극의 흐름을 이끄는 주인공들이다.

흡사 괴물에 가까울 정도로 전작에 비해 ‘세기’를 더한 이들은 저마다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내세우며 먹이 사슬의 끝을 향해 치고 오른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다 승진을 조건으로 거래에 뛰어든 비열한 경찰 철기. 한 번도 고생을 겪지 않았지만 자신의 숨통을 조이는 협박을 벗기 위해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하는 주양. 비주류를 거쳐 권력을 얻었지만 더 큰 힘을 위해 거래를 이용하는 악독 스폰서 석구.

   
 
 


영화는 조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잔인해지는 세 사람과 우리 사회를 일맥상통시켜 관객들의 불쾌감을 자극시킨다. 이 불쾌감은 프롤레타리아(철기)와 부르주아(주양) 그리고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기생충처럼 엉겨 붙은 잉여 계층(석구)의 모습을 잔인하리만치 꿰뚫어 관객들에게 감정 이입을 부추긴다.

자신을 엮고 있는 현실에서 탈피하기 위해 차라리 폭주하고 마는 철기의 마지막 모습과 처절한 결말 뒤에 남는 허탈함은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을 남긴다.

kimjb5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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