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검찰이 연일 한화·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고강도 수사를 전개함에 따라 정치권을 비롯한 재계·금융권이 초긴장 상태에 처했다. 검찰은 이들 기업의 비자금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 자금의 일부가 정치권 등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중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다는 정황이 드러날수록 정치권과 재계 긴장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에 사정한파 ‘강타’...야권죽이기 반발 거세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부지검은 이호진 회장 자택 압수 수색 등을 통해 그룹차원에서 수년 동안 관리해온 정관계 인사 10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또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케이블TV 사업 확장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청와대에 조직적으로 인맥 관리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는 현 정부 인사는 물론, 참여정부 인사 등도 거론되고 있어 여야가 수사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검찰은 한화그룹의 비자금 300억원 중 지난 2007년 대선과 맞물려 여야 정치인에게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로비 대상에는 한나라당 및 여권인사 3∼4명과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6·2 지방선거에 참패 후 조기 레임덕을 우려해 야권탄압에 나선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도 수사 선상에 오른 야권인사를 확인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기 고양 식사지구 재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해선 참여정부 시절 고위 공직을 지낸 A·B씨에게 로비 자금이 건네졌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고, 민주당 중진 C의원은 경기 남양주 부동산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동생이 연루되면서 의혹의 눈총을 받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화·태광그룹 수사도 비자금 흐름을 파헤쳐 보겠다”고 고강도 수사를 벌일 방침임을 밝혀, 여의도 정가는 한동안 술렁일 전망이다.
◇재계·금융권 “검찰의 다음 타깃 누구냐”...긴장 고조
이번 사정정국에서 재계도 정치권과 처지가 마찬가지다. 한화에 이어 태광그룹이 서울 서부지검의 타깃이 됐으며 롯데건설과 아주캐피탈은 지난 5일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하도급업체와의 불공정거래에 관한 제보가 조사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역행하는 케이스로 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련의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를 놓고 재계에선 정부의 ‘공정사회론’, ‘동반성장’과 관련한 대기업 사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 다음 타깃이 누구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할 만큼 사정정국의 전개가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가 가속화되면서 금융당국이 태광산업의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고위 간부들은 사소한 식사약속도 조심하는 등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내비쳤다.
songhdd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