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민은행이 3200여명의 직원을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내기로 했다.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다.
퇴직 신청 접수는 끝났지만 떠나는 직원들도, 남기로 한 직원들도 나름대로의 고민으로 한숨만 짓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중 상당 수는 아직도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퇴사 압박 논란에 휩싸였던 무기계약직들의 허탈감이 대단하다.
퇴직을 결심한 무기계약직 직원 A씨는 "만 7년을 다닌 첫 직장인데 퇴직권고 대상에 포함돼 나가게 됐다는 데 배신감을 느꼈다"며 "은행에서 공로패를 만들어 준다는데 지금 심정으로는 내던져 버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직원들도 있다.
여의도 본사에 근무하다가 퇴직키로 한 B씨는 "생활자금이 부족해 임직원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퇴직 후에는 금리가 일반 고객 수준으로 높아지게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임직원 대출금리는 5%대로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직장인 신용대출(5.31~8.03%)보다 최대 3%포인트 가량 낮다. 퇴직을 하면 임직원 대출에서 일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남아있는 직원들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영업점 창구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C씨는 "지역본부에서 퇴직권고 대상이라고 통보했지만 이번에 퇴직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불이익이 있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이달 내로 부점장급 인사를 단행하고 행원급 인사는 다음 달 초에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에 퇴직 신청을 하지 않은 직원들 중 실적이 저조하거나 장기 근무한 계약직 직원들은 새로 설립되는 성과향상추진본부로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향상추진본부 직원들은 영업력 강화를 위한 교육을 이수하는 한편 은행으로부터 할당량을 부여받아 연체 독촉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본부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 중 상당 수도 일선 영업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체 직원 중 10% 이상이 이번 희망퇴직으로 나가게 돼 안팎으로 어수선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인사를 마무리해 조직 분위기를 다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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