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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량진女가 데이트 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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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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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최근 일명 '노량진녀(노량진 임용고시 준비생)'가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에게 공개 데이트를 신청하는 형식으로 1인 시위를 해 눈길을 끌었다.

그 덕분에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되면서 이르면 내년 초·중등교사 임용시험 부터 늦어도 6개월 전에 정원을 알려주는 사전 예고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노량진녀가 1인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은 단지 임용시험이 코앞에 닥친 20일 전에야 채용 정원을 알려주는 현행 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임용시험을 통해 교직에 진출하려는 이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과 현실이 그런 시위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절박했다는 의미다.

지난 19일 새벽 6시 노량진에 위치한 'ㅎ'학원. 문이 채 열리기도 전인데 학원입구까지 수강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 임용고시 1번지로 불리는 노량진 학원가에는 약 50곳의 공무원 시험준비 전문학원이 있고 한 학원당 많게는 3000명에서 적게는 1000명의 준비생들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8개월 전부터 노량진의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전모(28·남)씨는 "교육학 수업시간이 아직 3시간 가량 남았지만 강의실 앞 자리에 앉기 위해 매일 줄을 선다"며 "근소한 점수 차이로 시험에 떨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4년째 임용시험을 준비했던 김모(30·여)씨는 돈을 벌기위해 얼마 전 중국어 학원 강사로 일하다 다시 노량진 학원가로 돌아왔다. 

김씨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매달 150만원은 족히 들어가는 돈 때문에 지쳐 포기하고 싶었지만 임용에 대한 미련이 남아 다시 오게됐다"며 "하지만 수능개편으로 중국어 등 제2외국어 존재여부가 불투명해져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했다.

노량진의 한 학원 관계자는 "실제로 수능 개편안이 나오기 전에는 중국어와 일본어 같은 제2 외국어 준비 수강생이 100~200명 이라면 현재는 30~40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솟는 임용시험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합격이 힘들어지는 현실은 오랜 기간 시험을 준비했던 이들을 자포자기 상태로 있다.

강모(33·여)씨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교직이수를 위해 대학원까지 나와 2년 동안 노량진을 전전하다 1년 전 이 곳을 떠났다.

그는 "매번 아깝게 한 두 문제 차이로 떨어지는 것도 속상했지만 지나치게 꼬아 출제한 문제를 보면 시험을 정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토로했다.

'ㅂ'학원의 한 교육학 강사는 "추론형 문제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론은 정해진 범위안의 내용인 반면, 임용시험은 수년간 되풀이돼 왔기 때문에 조금 더 다른 문제로 출제하려면 꼬아서 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루 12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며 보통 2~3년을 준비하는 임용준비생들에게 시험을 치르기 20~30일 전에야 발표되는 임용 정원은 수험생들을 시한부 인생처럼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4년째 노량진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김모씨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다였는데 요즘에는 학원강사를 학교로 초빙해 특강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 전모(28·남)씨는 "노량진 학원가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우리교육현실의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임용고시생들과 사교육에 휘둘리며 대입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현실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shu@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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