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안(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안(상생법)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25일 선회하면서 SSM 규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애초 이날 본회의에서 유통법을 의결한 뒤 정기국회 중에 상생법도 통과시키는 `분리 처리'에 합의했었으나 민주당이 정부의 상생법 처리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시 일이 꼬인 것이다.
민주당은 입장 번복 사유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FTA특위에 참석한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상생법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김 본부장은 "SSM규제법에 대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7차례 레터(서한)를 받았다"며 "상생법이 통과돼도 영국이나 유럽의회가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이 전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여야 합의의 전제를 깼기 때문에 유통법 처리도 보류키로 했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주당 내에서 분리 처리 합의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강하게 형성된 것이 유통법 처리실패에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명성'을 고리로 손학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와 의원총회에서 "김종훈 본부장이 상생법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 후 처리해야한다"며 "(두 법안은) 우리당 정체성과 관련돼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김 본부장에 대해서도 "한국 본부장이 아니라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몰가치적인 신봉자"라며 "통상교섭의 책임자로서 도의적 책임감이라도 느껴야 하는데 완전히 확신범으로, 국무위원이라면 탄핵 대상"이라고 비난했다.
비주류인 강창일 의원도 의총에서 "분리 처리는 SSM법을 물 건너가게 하려는 한나라당의 꼼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 일각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너무 성급하게 분리 처리에 합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의총에서 "잘못하면 우리가 욕을 다 먹을 수 있다"고 성토했고, 당 관계자는 "당정간 합의가 됐는지 등을 파악하고 합의했어야지 덜컥 합의하고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당내 강경기류가 강해지자 두 법안에 대한 방침을 사실상 `일괄 처리'로 정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브리핑에서 "상생법 처리에 대한 확실한 정부.여당의 약속과 의지가 없는 이상 분리 처리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입장을 번복하자 바로 공세를 폈다.
당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를 못 믿으면 혈서라도 쓰라는 말이냐"며 "상생법을 처리키로 합의하고, 이게 안될 것 같다는 것을 전제로 유통법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본부장의 말은 `상생법 처리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EU와의 교섭에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였다"며 "김 본부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지도부에게 오늘 이런 내용을 설명했고 민주당도 이에 수긍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재래상인의 피해가 커진다"며 27일까지 유통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동시처리로 사실상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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