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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정치팀장 |
G20 정상회의는 지구촌 유지들의 모임이다. 선진 경제권과 신흥국을 대표하는 나라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질서를 관리하고 규칙을 만든다. 이런 모임의 연원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차 오일쇼크 이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미국이 중심이 돼 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고위급 경제관료들이 비공식으로 모여 세계 경제 질서를 논의할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이듬해 프랑스 랑브예에서 이들 나라의 정상이 모였는데, 이때 이탈리아가 끼면서 G6로 출발했다.
1976년에는 캐나다가 추가되면서 서방 선진 7개국(G7) 모임이 출범했다. G7은 매년 정상회의와 재무장관 회의를 개최하면서 세계 주요 경제현안을 조율했다.
G20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탄생했다.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함께 모여 당면 문제를 논의할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G20은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만 모였다.
그러다 2008년 선진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이런저런 국제 협의체 아이디어를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G13과 G14를 만들자는 주장이 그런 예다.
G13은 G7+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지역대표(남아공·멕시코)가 모이자는 제안이었고, G14는 G13에 지역대표(사우디아라비아)를 추가하자는 시도였다.
결국 유럽이 아니라 미국의 주장이 먹혔다. 미국은 G20을 정상회의로 격상하자고 제안했고 그해 11월 워싱턴에서 첫 모임을 했다. G20 정상회의는 이후 런던·피츠버그·토론토 회의를 거치며 정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같은 G20 정상회의가 거창하게 보이지만 실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경제현안에 관한 '최상위 포럼'으로 자리 잡을 것인가, 아니면 두루뭉실한 선언문만 내놓는 '사교모임'으로 전락하고 마느냐.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길이 갈린다. 그만큼 의장국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반년 전만 해도 분위가 좋았다. 초유의 글로벌 공조로 금융위기를 이겨냈다고 서로 축하하며 탄탄한 글로벌 경제를 같이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G2, 즉 미국과 중국 간에 시작된 환율전쟁 때문이다. 환율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아시아·중남미·유럽 등 전 세계로 번진 상태다. 합심해 안정성장을 구가할 글로벌 경제체제를 만들자는 얘기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긴박한 발걸음에 밟히고 있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국제공조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 정상회의는 다섯 번째 G20 정상회의다. 서울회의는 또 비(非)G7 국가에서 열리는 첫 번째 G20 정상회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장국으로서 실적이 필요하다. 추상적 선언이 아닌 구체적 행동이 뒤따르는 결과물 말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 의장국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 회의가 '거저 먹는 잔치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이참에 글로벌 안정성장을 이끌어내는 외교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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