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전자 시장의 지형도 크게 변화했다. PC와 MP3 플레이어를 주력으로 했던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쟁쟁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제압했다. 여기에 태블릿PC와 TV 등 관련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속도는 놀랍다.
인터넷 포털 업체였던 구글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을 정착시켰다. 소니 등과 협력을 통한 구글TV 역시 소비자의 신택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 디자인과 앞선 제품 성능을 통해 선발 주자를 추월했거나 턱 밑까지 추격한 한국 전자산업 역시 이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3분기 적자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역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갤럭시S가 나오기 전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과거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전자산업 주도권이 넘어오려는 찰나에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
때문에 이같은 변화의 시기에 한국 기업들의 선택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이미 한국은 10년 주기로 주도권이 바뀌던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장기 독주 체제를 마련했다. LCD 등 디스플레이 역시 시장 주도권을 강화했다.
시장의 부침이 클수록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앞선 기술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전자시장에서는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이러한 서비스 개발 관련분야의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구본무 부회장 취임 이후 R&D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를 나서고 있다.
이들 국내 주요 전자기업의 변화의 움직임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간 압축성장을 일궈낸 경험과 자신감이 있기에 다시 한번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전자시장에서 어렵게 확보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국내 기업들이 그간 유지했던 '패스트 팔로워'의 역할을 버리고 '개척자'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차례다. 그리고 이같은 변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과거 미국과 일본처럼 한국 역시 다음 국가에 리더십을 양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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