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대 개막] 글로벌 포트폴리오·역내 안정망 도입해야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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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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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시대가 도래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7월 대전에서 열린 '아시아 21 컨퍼런스' 개막연설에서 한 말이다.

칸 총재의 말처럼 지난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변곡점으로 전세계 금융·경제의 패권은 서구 선진국에서 아시아로 전이되고 있다.

기존의 서구 선진국들이 한 때 전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석권했던 '소니'라면 아시아는 해당 업계에서 새 챔피언 벨트를 두른 '삼성전자'에 비유된다.

이 같은 흐름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 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 의결될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다양한 규제안은 지난 150년간 서구 선진국의 성장을 이끈 금융산업에 족쇄를 채우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시장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물 경제의 탄탄함과 가파른 성장세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아시아 금융산업의 현황과 가능성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성장전망과 문제점에 대해 파악해본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아시아 금융 산업이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양적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 질적으로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아직 부족하고, 위기 대응 시스템이 약하다는 점은 개선점으로 꼽힌다.

특히 10여년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은 이번 위기에 과잉대응한 나머지 중국·일본 등 경쟁상대들 보다 한참 뒤떨어진 모습이다.

아시아 금융기관들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금융기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 노하우를 체득하고 적극적인 해외진출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역내 국가 및 금융기관의 위험 노출을 대응할 수 있는 상호 보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과제로 떠오른다.

◆ 글로벌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경쟁력 제고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데에는 해외사업 다각화와 채권·선물·주식·파생상품 등 포트폴리오가 다양했던 데 있다.

물론 과도한 리스크 부담이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금융기관의 부를 키우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분야에서 아직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 위기 이후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사업확장의 뜻이 한풀 꺾인 것이다. 서구 선진국의 앞선 금융기법은 따라갈 엄두도 못내고 있다.

선진국 경제의 저성장, 금융부문의 위축 및 구조조정 부담 등에도 선진국 금융산업의 경쟁우위는 여전하다. 미국·영국 등이 오랜 역사를 통해 구축한 금융 인프라는 신흥국이 쉽게 추월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눈덩이를 키워 수익을 불린다는 전통적 개념의 금융으로는 아시아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M&A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리만브라더스·베어스턴스 등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이 파산했을 당시 중국의 공상은행·민생은행·투자공사와 일본의 SMFG·MUFG·노무라·다이와 등의 금융기관은 환호성을 쳤다. 미국 IB를 헐값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인수 당시 피인수기관의 부실로 다소 몸살을 앓았지만 선진 금융기법을 체득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잡을 수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의 글로벌 사업포트폴리오 다영화는 아시아 금융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역내 금융위기 극복 시스템도 마련해야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이었다. 먼 거리의 아시아도 여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동안 금융위기가 터지면 국제통화기금(IMF) 등 서구 선진국이 중심이 된 국제기구에 기대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MF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미국이 흔들린다면, IMF가 좌초된다면 누가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시아 역내 국가가 중심이 된 금융 안정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현재 역내에서 금융·통화 안정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은 없지만,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의 역할을 키우는 방안도 제기된다.

CMI는 아세안+3국(한·중·일)이 외환위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체결한 통화교환(스와프)협정이다. 당초 IMF와 같은 기금형태로 만들어질 계획이었으나, 국가 간 이해가 갈리며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낮아졌다.

현재 싱가포르에 설립될 역내 경제감시기구(AMRO)의 조직구성 및 비용분담 방안 등이 협의 중이지만 이도 국가 간 입장이 갈리며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병하 한국은행 국제교류실장은 "지배구조나 인력 문제 등 각국의 입장 차로 기금화 논의가 많이 후퇴했다"며 "우선은 다자협의를 이끌어냈다는 데에 의미가 있으며,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기구를 IMF와 연계해 거미줄처럼 엮인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다수 제기된다.

IMF도 최초에는 CMI 등의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역내 대응과 글로벌 대응을 통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이 같은 입장에 수긍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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