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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100년 DNA 16·1] 세계로 뻗는 현대기아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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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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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타를 넘어 세계 최정상을 향해

현대차는 1970년 초 첫 독자 자동차인 ‘포니’ 출시 이후 30여 년 동안 줄곧 누군가를 쫒는 입장이었다.

현대차가 처음 위탁 생산을 시작했던 미국 포드자동차, 기술면에서 합작했던 미쓰비시자동차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선진 메이커 배우기’는 2000년대 이후 혼다와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 배우기로 이어졌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와 기술협력을 맺었을 때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도면 한 장을 얻기 위해 한국에 온 미쓰비시 엔지니어들에게 술을 잔뜩 먹이고 몰래 사무실로 돌아갔다는 얘기는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다. 이들 중 현역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대차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2000년 이후부터는 모든 글로벌 기업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떠오른 도요타 배우기 열풍에 휩싸였다. 현대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벤치마킹 전략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끝나고 말았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불거진 자동차 결함 논란 끝에 전 세계적으로 600만대가 넘는 대량 리콜 사태를 맞았고, 미국 '빅3'(GM 크라이슬러 포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 가운데 현대차는 나홀로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 생산량 기준 글로벌 톱5 브랜드로 올라섰다. 오히려 타 기업들이 현대차를 배우자는 바람이 일었다. 정몽구 회장은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가 됐다.

이로써 현대차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제부터는 오롯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갈 수 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열린 현대차그룹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에서 현대차 계열사 대표와 협력사 대표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협력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라”
= 최근 대기업-협력사 사이의 상생협력이 화두다.

소위 ‘갑’과 ‘을’의 관계에서 1차에서 2~3차로 내려가는 협력사들이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판단한 현 정부가 이와 관련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들은 이에 걸맞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은 지난해부터 2차에 걸쳐 1~3차 협력사를 포함한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을 열었다.

상생협력 펀드 조성, 구매 대금 현금 지급 등은 물론, 철판 등 원자재를 일괄 구입한 후 협력사에 공급해 주는 ‘사급제도’, 본사-협력사가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게스트 엔지니어링 제도’ 등을 도입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 같은 상생경영은 단순히 베푸는 게 목적이 아니다. 자동차는 2만여 개가 넘는 부품이 모여야 완성품이 된다. 후방연쇄효과가 가장 높은 종합산업이다.

이 그룹의 경우 1·2차 협력사만 2700개가 넘는다. 그리고 이 기업들 하나하나의 경쟁력이 곧 제품의 품질,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부품 하나가 문제가 돼 대량 리콜 사태로 번졌던 ‘도요타 사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 상생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다.

정몽구 회장은 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 출신이었기 때문인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이해하고 있었다.

그룹 내에서 협력사 부품의 구매를 총괄하는 구매총괄본부가 차기 경영진의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모두 이 곳을 거쳤다.

정 회장이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독자적인 자동차그룹을 세우고 한 달도 안 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현 이영섭 이사장)을 설립한 것도, 협력사인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 이듬해인 2002년부터 시행한 ‘품질5스타’제도 역시 품질경영의 측면과 함께 상생경영의 역할도 한다. 이 제도의 목적이 협력사의 품질 수준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최근 발간한 현대차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의 협력과 상생이 중요하다”며 “중요 이해관계자인 고객에게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 파트너인 협력사가 현대차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9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차의 신형 전기차 '블루온'을 시승하는 모습. 이 차량은 내달 G20 정상회의 때도 의전 및 행사진행 차량으로 쓰일 예정이다. (사진=연합)

◆그린카 4대 강국 ‘친환경 비전’=
현대기아차의 또 다른 과제는 친환경 시대에 대한 대처다. 최근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이어 전기차를 속속 상용화 하고 있고, 현대차 역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도요타는 타 브랜드를 훨씬 앞서는 1997년 세계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1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3세대 모델을 출시한 이 차는 지난 9월 전 세계적으로 2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여기에 일본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속속 가세하며 지난 2007년 50만대를 돌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미쓰비시 ‘아이미브’, 닛산 ‘리프’, GM ‘시보레 볼트’ 등 전기차도 상용화 단계에 왔다.

현대차는 이에 비해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늦은 만큼 과감한 투자로 시장이 무르익었을 때쯤 일거에 친환경 시장을 휘어잡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투입되는 연구개발(R&D) 자금만 해도 4조원이 넘는다. 목표는 ‘2012년 그린카 4대 강국’, 여기에 현대차는 물론 한국 자동차의 미래를 건다는 각오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각각 ‘블루드라이브’ ‘에코다이내믹’이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내놓고, 아반떼·포르테를 LPi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올해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을 미국 시장에 출시, 내년부터는 전 세계에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전기차 ‘블루온’을 선보인 현대차는 이 차량을 올해 시범 생산에 들어가 내년 말 본격적인 생산, 2012년 상용화를 이룰 계획이다. 또 현재 시범 운행 중인 수소연료전지차도 2012년 1000대, 2018년 3만대를 생산한다.

이로써 2012년이면 하이브리드차-수소연료전지차-전기차 3종의 친환경차 양산 체제를 갖추고 이를 통해 그린카 4대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사이의 ‘그린카 전쟁’이 기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을 뒤흔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는 10~20년 후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는 시점이다. 즉 향후 10년 내 현대기아차에 있어서도 또 다른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오는 셈이다.

   
 
 지난달 파리모터쇼에 전시된 현대차의 유럽 전략 소형 MPV 'ix20'.

◆현대기아차 내년 전략 엿보니=
현대기아차의 내년도 세계 자동차 시장 공략은 지역별로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유럽 시장 공략이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 중 현대기아차가 가장 취약한 곳이 유럽. 올해 i시리즈를 내세워 50만대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하며 도요타를 7개월째 앞서고는 있지만 유럽 메이커의 텃세로 시장 점유율은 4.5%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7.9%) 중국(9.4%)에 훨씬 낮은 수치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따라 유럽 전략 신차를 대거 출시, 반전을 꾀한다. 특히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소형 다목적차량(MPV) ‘ix20’을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내년 소형 CUV(프로젝트명 FS), 중형 세단(VF), 프라이드 후속 모델(UB), i30 후속 모델(GD), 역시 소형 MPV(SO) 등의 생산이 시작된다.

이들 모델은 모두 실용적인 중.소형 라인업으로써 1차적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하고 때에 따라서는 신흥 시장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두 번째는 북미 시장의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연내 미국 시장에 대형 고급 세단 ‘에쿠스’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한다.

지난해부터 ‘제네시스’가 고급 세단으로 자리매김한 여세를 몰아 패밀리 세단에서 고급 세단으로 보폭을 넓힌다는 것이다. 글로벌 톱 메이커로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브릭스(Bric’s, 중국 인도 러시아 남미)로 대표되는 신흥시장 본격 공략이다.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중국 3공장과 브라질 공장도 곧 착공에 들어간다.

이 공장이 모두 완공되는 2012년께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적으로 연산 700만대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규모만 놓고 보면 ‘글로벌 톱3’가 되는 셈이다.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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