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막판 변수를 체크하며 최종 가격을 놓고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M+W그룹의 컨소시엄 이탈 등으로 급박한 상황에 놓인 현대그룹은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예정보다 앞당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 그룹은 인수전 판세에 미칠 영향에 촌각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왜 서두르나
채권단은 입찰 마감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이르면 16일, 늦어도 17일까지는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2월 중순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보다 한 달 가까이 앞당겨진 것.
가격 요소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방법, 경영능력, 도덕성, 시너지 효과 등 비가격 요소에 대한 점검사항이 명확한 만큼 제출된 서류를 검토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채권단의 시각이다.
선정 기간이 길어지면 불필요한 오해와 의혹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채권단 안팎의 우려 역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재촉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가 사전유출 등 각종 의혹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채권단이 큰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며 "이로 인해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서두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혼선과 잡음으로 얼룩지면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수차례 연기하며 시장의 불신을 자초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 일부에서는 순자산 가치가 10조원에 이르는 기업을 매각하는 데 채권단이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채권단의 잰걸음이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대우건설의 전례를 너무 의식하고 있다는 것 같다"며 "이번 인수전은 그때처럼 혼탁한 양상을 띠고 있지 않고 있고, 현대건설이 국민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차분하고 세심하게 서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표정관리' 들어간 현대차그룹
자금 및 조달능력에서 현대그룹보다 월등히 앞서있는 현대차그룹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굳이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컨소시엄에 전격 참여시켜며 무차입 인수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이는 월등한 자금력을 최대한 부각, 승리의 쐐기를 박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회장은 역시 지난 10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환영만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현대건설 인수전은 절차에 따라 잘 하고 있으니 그때 가서 봅시다"라고 말해, 현대차그룹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또한 채권단이 '승자의 저주'를 고려, 자금조달 능력 등 비가격 요소 비중을 높인 점도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당긴 것도 현대차그룹이 불리할 게 없다.
이런 자신감 때문일까. 현대건설 인수전에 직ㆍ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정의선 부회장은 본입찰 서류 제출이 마감된 이날 미국ㆍ브라질 공장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현대그룹 "시간이 너무 없다"
현대그룹은 M+W그룹의 컨소시엄 불참이라는 급한 불을 동양종합금융증권으로부터 긴급수혈한 담보대출로 끄면서 승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그룹은 또하나의 악재를 인수전 막판에 맞이했다.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예상보다 앞당긴 것.
본입찰이 마감되면 우선매수청구권, 최고 경영자의 인수의지 등을 집중 부각시키면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늦어도 17일 발표될 예정이어서 현대그룹에 주어진 시간은 하루 남짓에 불과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늦으면 다음달 중순, 아무리 빨라도 이달 26일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채권단이 일정을 앞당기면서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표현처럼 '한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기업인수전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현대건설 인수전'이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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