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의 음악토크쇼 '비틀즈 코드'의 MC는 윤 레논과 링고 세윤이다.
그러나 스튜디오의 MC석을 차지한 인물은 가수 윤종신과 개그맨 유세윤이다. 이들은 각각 천재 음악가 윤 레논과 4차원 음악가 링고 세윤으로 분해 게스트를 맞는다.
'비틀즈 코드'처럼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토크쇼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밋밋한 토크쇼 포맷에 극적 재미를 주고 참신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캐릭터 토크쇼는 기존의 집단 토크쇼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캐릭터 앞세워 게스트 속내 드러내 = 캐릭터 토크쇼의 중심은 MC다. MC는 캐릭터를 앞세워 민감한 질문을 던지고 게스트로부터 속 깊은 이야기를 끌어낸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다.
'무릎팍 도사'에서 강호동은 이혼한 여배우에게 이전 시댁과 관련한 이야기를 묻거나 자식이 친자가 아니라는 소문에 휩싸인 게스트에게 소문의 진위를 해명할 기회를 준다.
이 같은 일은 강호동이 국민 MC가 아닌 게스트의 고민을 풀어주는 도사로 분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유세윤과 올라이즈 밴드 우승민도 각각 건방진 도사와 한량 역할로 강호동의 캐릭터 쇼에 동참한다.
형제코너 '라디오스타'도 '무릎팍 도사'만큼은 아니지만 캐릭터 토크쇼의 형태를 띤다. 4명의 MC는 각기 '고품격 라디오 음악방송'의 DJ 역할로 프로그램을 이끈다.
방송 3년을 맞은 tvN의 장수 프로그램 '택시'도 MC 이영자와 공형진을 택시기사로 등장시킨다. 이들은 실제 택시를 몰며 게스트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
KBS '해피투게더' 역시 MC들이 목욕탕에 온 동네주민으로 분한다. 유재석과 박명수는 가발까지 쓰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2일 첫선을 보인 MBC드라마넷의 '미인도'도 MC 5명이 조선시대 사대부집 마님으로 등장해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눈다. 청문회 형식을 도입한 SBS의 신설 프로그램 '밤이면 밤마다' MC들은 청문위원으로 분해 위압적인 태도로 게스트를 압박한다.
◇스튜디오도 캐릭터의 일부 = 캐릭터 토크쇼는 스튜디오도 콘셉트에 걸맞게 꾸민다. 게스트들이 MC의 캐릭터에 빠져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라디오스타'는 라디오 스튜디오와 부스까지 갖추고 부스에는 가짜 PD가 방송내내 자리를 지킨다. 온갖 잡담을 풀어내는 한밤의 라디오 프로처럼 MC와 게스트는 스튜디오에서 두서없는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택시'는 택시 안에 게스트와 MC만 태운 채 스태프 없이 녹화를 진행한다. 귀갓길 택시를 타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 듯 게스트들은 아늑한 택시 안에서 MC에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KBS '해피투게더'는 실제 목욕탕에서 촬영한다.
MBC '놀러와'는 골방토크에서 골방에 친구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콘셉트를 도입, 허름한 골방 세트에 MC와 게스트들을 모아 놓는다. 골방에서 MC와 게스트는 편한 옷차림으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미인도'도 미인각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게스트를 초대한다.
캐릭터 토크쇼는 게스트가 해야할 역할도 설정해 준다.
'무릎팍도사'의 모든 게스트들은 '여기가 혹시 무릎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무릎팍 도사 댁이 맞나요'라는 대사와 함께 점집 미닫이문을 열고 등장하고, '라디오스타'의 게스트들도 등장 전 부스에서 대기하면서 MC의 소개 멘트를 들어야 한다.
◇"장르 경계 사라져..버라이어티 요소 도입"= 2000년대 초까지 방송가에는 단독 MC가 이끄는 토크쇼가 주류를 이뤘다. KBS '쟈니윤쇼' '서세원쇼', SBS '이홍렬쇼' '김혜수의 플러스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집단 MC 체제를 앞세운 버라이어티가 자리를 잡으면서 정통 토크쇼들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KBS가 배우 박중훈을 앞세워 '박중훈쇼'를 신설, 정통토크쇼의 부활을 꿈꿨지만 저조한 시청률 끝에 4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최근에는 입담 대결을 앞세운 집단 토크쇼가 대세다. SBS '강심장'은 20%에 가까운 시청률로 경쟁 토크쇼인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를 가볍게 따돌렸다.
케이블 채널 SBS E!TV의 '철퍼덕 하우스'도 시즌2에서 토크 배틀로 형식을 바꿨다. 4명의 여성MC는 매회 다른 패널들과 토크왕 자리를 놓고 입담 대결을 펼친다.
그러나 집단 토크쇼가 폭로 위주로 흐른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캐릭터 토크쇼는 버라이어티와 코미디 상황극의 요소를 도입, 기존 토크쇼와 차별화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비틀즈 코드'의 안소연 PD는 14일 "기존 토크쇼들이 게스트를 먼저 섭외한 후 그들에 맞춘 이야기를 하는 포맷이었다면, 우리는 반대로 MC를 중심으로 주제를 먼저 정하고 게스트를 섭외한다"며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조합의 인물들이 초대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예전과 달리 버라이어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토크쇼의 상황극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미인도' 이현주 PD는 "오히려 버라이어티적인 요소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심심해한다"며 "장르의 경계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방송 트렌드가 바뀌었다. 시트콤이나 다큐멘터리 같은 요소를 더해도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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