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늪에 빠진 MBC 드라마를 백전노장의 두 스타 작가가 구해낼 수 있을까?
14일 MBC와 AGB닐슨 미디어리서치 등에 따르면 올해 MBC 드라마는 일부를 제외하면 타 지상파 방송사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지며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평균 시청률 16.9%를 기록한 아침드라마 '분홍 립스틱'이나 평균 23.0%로 선전한 '동이', 평균 시청률 14.8%의 '황금물고기' 등이 그나마 선전했을 뿐 대부분의 드라마는 10%를 겨우 넘거나 한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백전노장인 두 명의 중견 스타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두 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하연(66) 작가의 '욕망의 불꽃'(연출 백호민)은 초반이지만 지난 6일과 7일 각각 14.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으며 또 다른 스타 작가인 나연숙(66) 작가의 '폭풍의 연인'(연출 고동선)은 다음 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힘있는 통속극 '욕망의 불꽃' = '욕망의 불꽃'은 힘 있는 대본과 중견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률 상승세를 타며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첫 방송에서 12.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미 전작 '김수로'의 평균 시청률 10.5%를 넘어선 이 드라마는 최근의 4번 방송에서 14.8~15.5%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며 20%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특히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이던 SBS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지난 7일 종영된 덕에 MBC측은 그 빈자리를 '욕망의 불꽃'이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TV문학관' 출신으로 '산유화' '욕망의 바다' '춤추는 가얏고' '왕과 비' '명성왕후' '장녹수' '신돈' 등 수 많은 드라마를 집필했던 정하연 작가다.
주로 정통 사극을 써왔던 정 작가는 '달콤한 인생' '상하이 브라더스' 등에 이어 다시 현대극을 집필했다. '달콤한 인생' 이후 2년여만의 복귀작이다.
정 작가의 대본은 자극적이기보다는 힘있는 대사와 흡입력 있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는 신은경, 이순재, 조민기, 유승호, 서우 등의 열연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시청률 경쟁에서 점차 탄력을 받는 분위기이지만, 이 드라마는 '막장' 논란에 휘말리고 있기도 하다.
초반부터 낙태에 성폭행 유도, 살인 등 센 소재가 등장했으며 재벌가의 상속 다툼을 둘러싼 음모가 줄거리의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월간 '방송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막장 스토리 어쩌고 하지만 스토리에 막장이 어디있나. 자극적인 설정은 소재에 불과한 것이고 어떻게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지를 추적하는 것은 막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고상한 척하지만 1970~80년대 우리 모습이 바로 그거였다. 문제적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좇아가면서 인생이 뭔가를 한번 얘기해보자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脫막장 선언 '폭풍의 연인' = 또 다른 스타작가인 나연숙 작가가 내 놓은 '폭풍의 연인'은 시작부터 '탈(脫)막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막장'의 가능성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제작진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음모와 갈등보다는 이해와 용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최근의 '막장' 드라마의 경향과 다른 지점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 작가는 1980~90년대 '달동네', '야망의 세월' 등을 집필하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지난 2008년에는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화제작 '에덴의 동쪽'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야기는 토종 호텔 업계의 대모로 불리는 민혜성 여사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게 없는 듯한 이들 가족은 '폭풍'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지만, 함께 살게 된 신비한 여성 별녀(최은서)의 등장으로 전기를 맞는다.
제작진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는 각오는 "청량한 생수 같은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제작진은 "건강한 사회가 존재하려면 건강한 언어가 존재해야 하는데 영혼을 파괴하고 사회를 오염시키는 부패한 언어만이 세상을 채우고 있다. TV 드라마도 이에 크게 기여했다"며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도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은 '막장' 드라마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고동선 PD는 "나 작가가 요즘 드라마가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것에 대해 드라마를 통해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도를 가지고 집필했다. 품격과 품위를 잃지 않는 드라마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10여 년 만에 TV드라마에 복귀하는 중견배우 김민자 역시 "요즘 드라마는 말도 무너지고 줄거리도 무너진 '막장' 드라마가 많다. 무너진 것들을 추스르겠다는 작가의 뜻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갖고 출연을 결심했다"며 "드라마라는 것이 안방에서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인 만큼 정돈된 이야기를 보여주고 살아가는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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