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달 3일 취임 후 `신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예민한 정국현안에 대해 당내 조율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는가 하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변화와 개혁'의 청사진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상태다.
원외 대표로서 `대포폰.압수수색' 정국에서 입지가 위축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경쟁자 진영 등 당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로서 선명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취임 후 수직상승하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한풀 꺾인 흐름이다.
그는 취임 직후 일부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지지율 10%대에 진입,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넘어 야권주자 가운데 1위에 올랐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다시 한자릿수대의 지지율로 내려앉았다.
정체성 논란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는 한미 FTA 대응을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 양쪽으로부터 "민주당으로 가더니 과격하게 돌변했다"(한나라당), "미온적이다"(민주노동당)라는 엇갈린 협공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손 대표 주변에선 그의 스타일을 `온돌 리더십'으로 규정하며 안팎의 우려섞인 시선을 일축하는 분위기다.
이벤트성 개혁을 통해 단기적 성과를 내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일단 당내 안착을 토대로 서서히 당 장악력을 높여가며 본인의 존재감도 살려가는 `장기 플랜'을 가동 중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당장 목소리를 높일 경우 대선 행보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에 처하며 집단지도체제하에서 조기에 불필요한 잡음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실제 손 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가겠다"며 "당장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14일 "손 대표가 추구하는 리더십은 처음에는 미지근한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굉장히 뜨거워져 있고 잘 식지 않는 온돌과 비슷하다"며 "일단 여건이 숙성되면 뚝심있게 자신의 비전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연말 대치 정국이 마무리되면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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