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일 오후 6시께 공식입장을 내고, 현대건설 인수합병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이 같은 날 오후 2시에 한 기자간담회 발표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룹은 “현대그룹에 자금 출처 소명에 유예를 두는 것은 전횡”이라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 그룹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현대차그룹은 공식입장 전문.
현대건설 입찰과 관련된 외환은행의 주관기관으로서의 업무처리에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대그룹과의 양해각서가 채권단의 협의 없이 외환은행 단독으로 전격적으로 체결되었다는 사실은 보도를 통하여 알려진 바 있다. 더욱이 외환은행이 아니라 자문기관에 불과한 법무법인 변호사가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또, 외환은행 담당자가 정책금융공사 실무자와 다른 곳에서 격론을 벌이던 중에 변호사가 양해각서에 서명하였다거나, 외환은행 담당자가 감독당국의 전화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채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는 등의 도저히 믿기 조차 어려운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외환은행이 채권단 협의는 고사하고 변호사에게 양해각서 체결을 하도록 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주관기관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외환은행이 변호사에게 양해각서 체결을 대리시킬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중요한 행위를 변호사에게 대리시킨다는 것은 한마디로 직무유기다. 민법 제682조도 위임인이 재위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채권단의 동의도 없이 양해각서 체결을 자문 변호사에게 재위임한 것은 위법하고, 양해각서도 원천적으로 무효이다.
언론에서도 이점을 지적하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면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으로서는 마땅히 그 경위를 해명하여 납득을 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2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외환은행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었다. 의혹이 불거진 양해각서 체결경위에 관한 해명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외면한 채 외환은행은 실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만을 발표하였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더욱이 외환은행은 양해각서 체결이 주관은행에 위임되어 있다는 공허한 변명만을 되풀이하였다. 운영위원회 협의를 거쳐 양해각서를 체결하겠다던 외환은행이 태도를 바꾸어 비밀리에 변호사를 시켜 양해각서를 체결한데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외환은행에 엄중히 묻는다. 정책금융공사나 우리은행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는데도 굳이 외환은행이 변호사를 시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유가 무엇인가. 외환은행이 밝힌 “정책금융공사 및 우리은행과 심도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그 동안 충분히 얘기해 왔고 전체적인 틀에서는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정책금융공사나 우리은행이 양해각서 체결에 극렬히 항의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외환은행이 정책금융공사와 무엇을 충분히 얘기해 왔고, 어떤 점에서 공조해왔다는 것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여 하늘이 가려지는가.
이번 양해각서 사태는 그냥 묻고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외환은행이 오늘기자간담회까지 자처하여 실사절차에 들어간다고 어물쩡 넘기려 해도 그냥 묵과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현대그룹에 5일간의 기간을 정하여 자료제출을 하도록 한 외환은행의 태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미 어떠한 서류도 제출하지 않겠다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힌 현대그룹에 왜 또 5일이라는 유예기간을 주는가. 자금출처에 문제가 없다면, 단 하루도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당장이라도 정정당당하게 갖고 있는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면 된다. 양해각서에도 5일씩이나 기간을 주어야 할 근거도 없다. 더욱이 2차 시한으로 5일을 더 준다는 외환은행의 입장은 한마디로 전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5일의 기간을 주어 제출하도록 하였는데도 거부한 현대그룹에 또 무슨 봐 줄 이유가 있어서 5일을 더 준다는 것인가. 상대방이 계약상의 의무를 거부하면 따로 기간을 주어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조항과 대법원 판례도 모르는가. 자문 법무법인의 의견을 충실히 따랐다는 외환은행이 이러한 대법원 판례는 자문받지 못하였는가.
무엇보다도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 체결한 양해각서가 해지되는 경우에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후속절차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실망스럽다.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으로서는 당연히 현대그룹의 자료제출 거부 사태가 계속되는 경우 후속절차를 준비하고 그 입장을 자청하여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분명히 했어야 한다. 더 이상의 혼란과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주관은행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적절히 처신 하지 못하는 외환은행에 대해 정관계 및 재계가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현 시점에서라도 그러한 지적에 겸허히 귀 기울여야 한다. 이미 깨어질 대로 깨어진 신뢰지만 지금이라도 외환은행은 본연의 자세를 되찾아 야 한다. 아을러 자문 법무법인에게도 경고한다. 본분을 망각한 경거망동에 대해 현대자동차그룹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태의 진실과 책임소재가 분명히 가려질 때까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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