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2년 뒤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함께 조율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또다시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 CNN 방송의 인기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다.
1일 러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토크쇼 진행자인 래리 킹과의 대화에서 2012년 대선에 자신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가운데 누가 나설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좀 더 두고보자”며 이같이 말했다.
총리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러시아의 정치적 실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그런 얘기는 우리 둘 중 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일부에선 실세 지도자로 통하는 푸틴 총리가 정치적 후계자인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2012년 대선 입후보 문제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푸틴과 메드베데프는 이 같은 관측들을 일축하고 합의를 통해 입후보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푸틴 총리는 앞서 지난달 2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도 “2012년 대선 출마 여부는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은 또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8일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서 자신을 ‘배트맨’, 메드베데프를 배트맨의 조수인 ‘로빈’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비윤리적”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나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그처럼 불손한 평가를 받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그러한 관측은 현실에 맞지 않는 비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총리는 또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비준하지 않을 경우 양국 간에 군비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만일 러시아와 미국이 (핵 군축과 관련한) 공동의 노력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군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푸틴 총리와 킹의 인터뷰는 미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화상 대화 형식으로 40분간 진행됐다. 킹은 푸틴에게 영어로 질문을 했고 푸틴은 러시아어로 답했다.
CNN 사이트에 일부 내용이 미리 공개된 푸틴 총리의 인터뷰는 1일 밤 9시(미국 동부 시간. 모스크바 시간 2일 새벽 5시)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했다.
2008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푸틴은 취임 초기인 2000년 9월 래리 킹 쇼와의 첫 인터뷰에서 그해 8월 수병 11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과 관련, ‘쿠르스크호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질문을 받고 ‘가라앉았다’라고 답해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핵 잠수함의 침몰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답을 했기 때문이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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