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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현대건설의 ‘적통’은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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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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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 인수전이 ‘점입가경’이다. 당초 현금성 자산이 6배 많은 현대차그룹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의외로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끝난 줄 알았던 인수전은 현대그룹이 조달한 자금의 ‘계약조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새 국면을 맞았다. 채권단의 계약서 공개 압력에 현대그룹은 대출 은행의‘주식담보나 보증이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당초 채권단이 제출을 요청한 계약서는 아니었다. 사실상 제출 거부였다. 전례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현대그룹은 인수전 내내 적통(嫡統)을 내세워 현대건설 인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정주영 창업주가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에 현대건설을 포함한 그룹의 경영권을 줬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되찾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인수전이 진행되는 중에는 매체 광고를 통해 이를 거듭 강조했다. 물론 현 회장은 “집안 정통성은 그분(정몽구 회장)에게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인수전이 이미 끝난 후였다.
 
 물론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체다. 오너 일가로서 감정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누구의 모체이기 이전에 세계 1위 건설사다. 과거의 적통보다 이 회사를 누가 더 잘 경영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게 현재 시장의 ‘적통(適統)’이다. 창업주 일가이고 창업주가 승인했다고 해서 기업 인수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시장을 납득시켜야 한다.
 
 현대그룹이 인수자금 출처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시장을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 해 보인다. 현대건설을 되찾길 원한다면 ‘적통’을 내세우기보다 이를 확실히 해야 한다. 금호그룹이 2년 전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승자의 저주’에 빠진 지 채 1년도 안 됐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현대건설과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시장은 현대건설이 또 현대그룹이 겪은 10년 전 위기를 기억해 내고 있다.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결단을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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