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아닌 '미.중' 냉전시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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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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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소' 아닌 '미.중' 냉전시대냐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류사오보 노벨 평화상 수상결정은 중국 내정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서, 각국이 시상식에 사절을 보내지 않기를 희망한다.”(중국 정부 관계자)
 
 “반세기 유지돼온 서방 우위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세계는 앞으로 중국 중심의 시대로 재편될 것이다.”(니얼 퍼거슨 하버드대교수)
 
 지난 11월 몇칠 간격을 두고 지구촌 주요 외신으로 타전 된 두가지 뉴스는 모두 G2의 행보와 세계 질서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예시하는 좋은 사례였다. 그 중심축선상에는 역시 미국을 쫓아 지구촌 슈퍼파워로 급부상중인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노벨상 시상식에 사절을 보내지 말라는 요구에 러시아를 비롯한 10여개개국은 즉각 안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나머지 국가들도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해 했다. 부쩍 힘이 커진 중국은 미국 중심의 서방세계와 군사 외교적 길항관계를 형성하면서 노골적인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다.
 
 지금 세계 질서는 소련붕괴후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던 시대에서 중미양국이 공동 주관하는 G2시대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G2는 정치 경제 외교 국방 각 분야에서 협력을 추구하지만 때로는 마치 치킨게임(정면충돌)과 같은 위험한 대치국면에도 노출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미간의 협력과 대화가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세계는 또다른 형태의 신냉전에 휘말려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GDP(국내총생산)총량에서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일본 등을 차례로 젖히고 미국까지 추격중인 중국의 움직임이 G2시대의 최대 관심거리다. 중국이 추구하는 평화와 공존, 번영의 가치가 주변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이해와 갈등의 소지는 없는지 세계는 지금 G2의 일원인 중국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경제 군사 외교면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실력을 갖추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행 정치체제와 사회시스템도 중국이 진정한 슈퍼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제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및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금융위기 속에서 잇따라 실패와 약점을 드러내면서 중국의 굴기가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는 형국이다.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투자기관들은 2027년이면 중국이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젖힐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1인당 GDP는 중국이 3677달러(IMF)로 절대 금액에서는 아직 턱없이 낮지만 구매력을 기준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G2시대를 열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기라도 하듯 그동안 대외정책의 기본 스탠스를 알게 모르게 조금씩 공격적인 방향으로 수정해왔다. 중국인들은 이미 오래전 '부까오싱(不高興)'이라는 말로 외부세계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과 부조리한 느낌을 표시했다.
 
 한발 더나가 최근에는 중국 대외정책의 기본전략이 도광양회(韜光養晦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문제에 부딪혀 적극 개입해서 해결한다)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감지되는게 바로 패권화의 야심이다.
 
 

영국과 소련과 일본과 미국, 모든 나라마다 국력이 강성해졌을 때 제국이라는 별병이 따라 붙었던 것처럼 중국의 번영, 즉 중국굴기의 종국에 가면 중국 역시 제국주의의 패권 야욕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와 군사력 모든 면에서 중국은 이미 무소불위의 실력을 갖췄다. 또 100년전 서방세계가 손가락으로 가르켜 지목했던 '아시아의 병자"도 아니고 수백만명의 인민이 굶어죽었던 1949년 이전의 국공 내전시대 아니다.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패권지향의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남사군도에서 벌이고 있는 숱한 인근 국가들과의 영토분쟁, 동북공정, 세계 각지를 무대로 한 자원사냥과 국내 자원의 무기화 움직임에도 패권화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주목되는 것은 G2의 또다른 일원인 미국의 움직임이다. 미국은 국제정치및 경제질서를 일방적으로 주도하면서 오랫동안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의 공짜점심(금융 어드밴티지)과 저가의 외국(중국)산 상품및 서비스를 유감없이 향유해왔다. 홍콩의 한 경제학자는 이와관련해 미국인들이 세계인의 노동으로 즐기던 잔치의 장막이 걷혀졌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가공할 미국의 힘에 헛점이 드러나면서 미국은 급격히 코너에 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고질병이었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다 성장률 추락과 고용하락이 겹치면서 설상가상의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에 위안화 절상만을 압박한다고 모든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미국의 학자나 심지어 관료들까지 일부 인정하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압력을 받아들였다가 수출이 줄고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계경제가 동반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투자자들이 지금 하루 하루 뉴욕 시장이상으로 상하이 증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다만 한반도에서 벌어진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태에서 볼수 있듯 중국과 미국 양국이 시퍼렇게 날을 세우며 대립하면서도 양국은 한편으로는 평화의 접점을 찾기위해 애쓰고 있다. 양측은 중미전략대화의 책임자를 장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켰으며 평소에는 고위급 군사회담과 군함 교차 방문등 군사교류를 폭넓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미국은 얼마전 G2의 상대 파트너인 중국의 국가전략 도광양회를 은밀히 벤치마킹했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실제 홍콩의 원후이바오(文匯報)는 얼마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도광양회 전략과 함께 이 전략을 설파한 덩샤오핑 배우기에 푹 빠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무력과 강권을 앞세운 대외정책에 수정을 가하려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은 무력을 동원한 국제경찰 역할이 지구촌 사회 곳곳에서 반미 정서를 확산시키고 그에 따른 희생 역시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역할을 모색중이라고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c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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