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거액이 소요되는 대회 개최 시설 건립에 자국 기업인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영국 프로축구팀 구단주로 유명한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압력에 가까운 투로 지원을 요청했다.
러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의 월드컵 개최지 선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곧바로 투표장인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간 푸틴 총리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개최를 위한 축구장 건립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3000억 루블(약 10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항, 도로, 터미널 등 인프라 구축 비용은 이미 2011~2013년 정부 예산에 반영했다"면서 그러나 "국가 예산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푸틴은 그러면서 "아브라모비치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그가 지갑을 좀 열더라도 별 문제 될 게 없다. 그는 돈이 많다"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주 주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아브라모비치는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전용기로 러시아를 드나들고 있다.
푸틴 총리는 이어 "아브라모비치가 몇 년 동안 추코트카 주지사를 역임했으며 직무를 상당히 잘 수행했다"고 치켜세우면서 "사람들은 모두 아브라모비치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이며 첼시 구단을 매입했다는 얘기만 하지만 그는 러시아 축구 발전에도 기여를 하고 있으며 국내의 한 축구 클럽을 지원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기자회견장에 앉아있던 아브라모비치는 그러나 그가 지원하고 있는 축구 클럽의 이름을 궁금해하며 자신에게로 얼굴을 돌린 푸틴 총리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에 푸틴은 "그가 대답을 않는 것은 축구팀의 내부 규율 때문"이라고 스스로 답한 뒤 "하여튼 그는 러시아 축구 발전에 관심이 아주 많으며 월드컵 준비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일을 민.관 파트너십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민.관 협력의 예로 "모스크바에 있는 대형 축구 경기장 가운데 하나인 '스파르탁'은 민영 석유기업 루코일이 건립하려 하고 있으며, 또 다른 경기장은 국영은행인 대외무역은행의 지원으로 건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남부 야로슬라블, 흑해 연안 소치 등 모두 13개 도시에서 월드컵을 치를 예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축구 경기가 열리는 모든 도시에는 4만 명 이상 수용 규모의 축구장이 건립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에서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기장은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축구장 하나밖에 없다. 이마저도 시설이 낡아 대대적 수리를 해야 할 형편이다.
러시아가 제출한 월드컵 신청서에는 축구장 건립과 보수 비용으로만 38억 2000만 달러가 책정돼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중 일부를 기업인들의 지원을 받아 충당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월드컵 준비를 위해 실제로 러 정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지 일간 신문 '베도모스티'는 3일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만 350억 달러가 들 것"이라며 "월드컵 개최 전체 비용은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틴 총리가 밝힌 것의 5배에 달하는 액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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