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석유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시장 정책과 석유 현물시장(비상표 제품 거래) 확대 등으로 무상표 주유소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무상표 주유소는 10월말 현재 563개로 지난 12월말(361개)부터 10달사이 202개가 증가했다.
이러한 무상표 주유소는 내년에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내년부터 품질보증제도를 실시해 무상표 주유소를 적극 지원한다. 정품 사용 주유소를 정부가 인증하고 해당 주유소가 이를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이러한 무상표 주유소의 활성화를 통해 정유사간 경쟁을 유도, 기름값을 안정화시킨다는 게 정책 의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무상표 주유소를 꺼리는 이유가 유사석유 등 불량제품을 취급한다는 편견 때문이었는데 정부가 보증을 하면 이러한 인식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표 제품을 거래하는 현물시장의 확대도 무상표 주유소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 비상표 제품 중개업체인 석유 B2B업체들은 최근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중개과정에서 발생했던 유류대금분실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즉 무상표 주유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상표 제품을 보다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는 수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 B2B업체 관계자는 “정유사 제품보다 많게는 리터당 100원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현물시장을 이용하려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상표에 관계없이 어느 주유소에서나 유류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신용카드(삼성카앤모아카드 등)의 출시도 무상표 주유소 확대에 도움이 됐다. 무상표 주유소들이 이러한 범용카드를 활용해 정유사 제휴카드 혜택이 없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는 것.
한 무상표 주유소 관계자는 “무상표 주유소의 경쟁력이 확대되면서 정유사의 폴(간판)을 떼려는 주유소가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유사의 브랜드파워 축소는 무상표 주유소 확대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
최근 농협(NH-OIL)주유소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기존 정유사 계열 주유소들을 속속 편입시키고 있다. 특히 NH-OIL주유소의 확대로 정유사에 대한 농협의 공동구매 가격협상력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공정위는 주유소가 다수 정유사 제품을 취급‧판매하는 ‘혼합판매’가 활성화 되도록 관련 거래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유소가 혼합판매를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정유사의 불공정행위를 적극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정책 실효성은 미지수지만 정책적 압박이 가중되면서 주유소에 대한 정유사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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