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초부터 무리한 인수였다”고 못박았다. 그는 “현금성 자산 1조5000억원에 불과한 현대그룹이 시장가를 1조원 이상 뛰어넘는 5조5000억여원을 써 냈다면 진작 그 출처에 대해 확실히 했어야 잡음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당초 금호그룹, STX그룹 등이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해체되거나 어려움을 겪은 것을 감안해 자금조달능력, 경영능력 등 비가격적 요소를 고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가격적 변수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4000억원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관계자 역시 “채권단이 뒤늦게 대출계약서를 내놓으라고 하기보다 MOU 체결 내 대출계약서 조항을 넣었더라면 이런 소란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공반의 제1 책임은 채권단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오는 14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1조2000억원을 포함, 동양종금의 투자금액 7000억원에 대해 소명하라고 현대그룹 측에 최후통첩한 상태지만 그룹 측은 여기에 반발하고 있어 MOU를 해지하더라도 향후 긴 시간의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인 론스타가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등‘3개의 현대’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론스타는 사모펀드 속성상 현대건설의 미래보다는 현대그룹이 인수함으로써 생기는 더 많은 차익에만 관심이 있다. 이를 감시해야 할 금융당국이 수수방관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상 국책은행인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키로 합의했다. 합의서에는 현대건설 M&A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 및 우리은행으로써도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금액에 매각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채권단 등 당사자 간 자율적 합의를 언급한 것도 사실상 발을 빼려는 수순 아니냐”고 지적하며 “이번에도 ‘승자의 저주’가 적용된다면 채권단은 물론 금융당국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계의 이 같은 불만은 이번 현대건설 인수가 난항을 거듭하며 대기중인 대형 M&A에도 차질이 미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실패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 쌍용건설 등이 현재 매물로 올라와 있으나 대선·총선 등과 맞물리며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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