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9일 평양에서 이뤄진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 결과를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11일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면담이 중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협의를 제안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이후 성사됐다는 점에서 핵문제를 비롯한 남북한 문제 등에 대한 의견 표명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이 외교경로를 통해 다이 국무위원의 방북결과를 전해왔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 자세한 면담 결과를 소개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한 당국자는 "북한의 입장과 관련해 지금까지 유지해온 입장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측의 '성의있는 조치'와 함께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했던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이번 면담결과가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초 다이 국무위원의 방북은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한.미.일이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온 만큼 다이 국무위원은 북한에 도발적 행위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이 국무위원의 방북이 그동안 북한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던 만큼 북한이 새로운 태도로 나올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면담 이후 현재까지 중국의 동향은 매우 조용하다. 중국의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언론매체들은 다이 국무위원과 김 위원장의 면담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양측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솔직하고 깊이있는 대화로 중요한 공동의 인식에 도달했다'고만 언급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여전히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책임을 한국의 탓으로 돌리고 자위권 차원에서 '핵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결적 입장을 유지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10일 평양에서 가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남한이 북조선에 대한 적대적이고 대결적인 정책을 중단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선군 정책을 향한 우리의 선택과 핵 억지력에 기초한 다각적 자위력 강화가 옳았음을 다시 한 번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다이 국무위원과 면담에서 연평도 포격은 한국이 먼저 군사훈련을 했기 때문에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우라늄농축 프로그램도 전력생산을 위한 경수로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북한은 중국이 최근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협의에는 참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
박 외무상도 인테르팍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반도 상황이 첨예화된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도 우리는 주권과 평등,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기초해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또 다이 국무위원이 한반도의 긴장고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북한이 중국을 고려해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을 자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중국간 협의 결과는 내주 베이징에서 진행될 미중간 협의 과정 등에서 보다 자세하게 드러날 수 있다"면서 "한반도 관련국가들의 외교일정이 분주한 내주가 한반도 정세의 유동성이 커지는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성 김 6자회담 특사 등 고위급 대표단이 오는 14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당국자들과 연평도 포격과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을 논의한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5일 러시아에서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부 차관을 면담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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