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각 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리딩뱅크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혈투가 불가피하다. 4개 은행 모두 내년 목표를 영업력 강화로 설정하고 시장점유율 제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과 조직개편을 단행한 국민은행은 한층 슬림해진 모습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는 당기순이익을 2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8일 ‘카드 최우수 고객 송년의 밤’ 행사에서 “내년 순이익이 2조원을 넘으면 주주에 대한 배당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개인사업자(소호) 및 외환 영업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소호 및 외환 업무 경험이 없는 직원은 지점장 승진이 어렵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또 대학고객 유치를 위해 소형 점포인 ‘캠퍼스 플라자’를 늘리고 점포장에 과장·차장급을 배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숨고르기 중이다. ‘신한사태’로 조직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경영권도 사실상 공백 상태에 있어 내년 경영전략 수립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내년 당기순이익 목표는 올해보다 조금 낮은 1조8000억~1조9000억원 수준. 그러나 내년 3월 주주총회 이후 새로운 경영진이 꾸려지면 대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내년을 영업력 강화를 위한 원년으로 여기고 있다. 그 동안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양해각서(MOU)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가 어려웠지만 민영화가 완료되면 이 같은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내년 경영 슬로건을 ‘조직역량 집중, 경쟁우위 확보’로 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신과 수신, 카드, 보험, 퇴직연금 등 영업 전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숙원 사업이었던 민영화에 성공하면 리딩뱅크를 향한 행보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한 식구가 되면서 올해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두 은행을 당분간 따로 운영키로 하면서 인수합병(M&A)에 따른 시너지가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대내외적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내년에는 조직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장기 고객 확보를 위한 적립식 상품과 저금리 상품 판매를 늘리고, 해외 영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담당 임원은 “기존 영업 전략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 비교우위를 보이는 부문에서 차별화된 영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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