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예산안 파동' 자성 목소리 확산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이른바 ‘예산 누락’ 파동을 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지난 1996년 ‘노동법’ 기습 처리 당시 우리는 승리했다고 축배를 들었으나 그것이 김영삼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다”면서 “96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여당을 재편하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당이 독자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며 “한나라당은 과연 당이 의원들 의견을 모아 독자적으로 가고 있는지 독자성을 잃고 끌려 다니는 건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홍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민주당 등 야권의 주장을 염두에 둔 것.
　
　홍 최고위원은 또 전날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예산 누락’ 파동의 책임을 지고 당직을 사퇴한 것도 당·청간 여론 수습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서도 “다음 총선과 대선은 당이 치르는 거지 청와대가 치르는 게 아니다”며 “야당이 청와대를 물고 늘어지는 마당에 고 의장의 사퇴를 청와대가 정했다면 이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일각에선 이번 파동을 기획재정부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 같은데 재정부는 예산을 관료적 입장에서 보고, 정치·국민적 입장에서 보는 건 당의 책임이다”며 “(야당과) 대화·타협으로 (예산안 처리를) 원만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우리 잘못이 크다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예산안 처리에) ‘막무가내’식 반대를 일삼아 온 민주당도 이번 일을 정쟁이 아니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고 의장 사퇴 이후) 예산안 파동에 대한 책임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며 책임론 확산을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