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현 정부의 존립 여부를 결정할 상하 양원의 신임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3일(이하 현지시각) 의회연설을 통해 정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연설에서 14일 실시될 의회의 신임투표에서 자신이 이끄는 정부가 물러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이는 경제위기에 맞서 안정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이탈리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P 등이 전했다.
그는 약 30분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정치위기는 이탈리아에 가장 불필요한 것"이라며 "아무런 가시적 해결책 없이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가 물러날 경우 이탈리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채무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면서,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의원들에게 2013년 총선이 실시될 때까지 현 정부가 존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정부 존속을 위해 새로운 어젠다를 놓고 협상할 용의가 있으며 이번 신임투표에서 마음을 돌려 정부에 지지표를 던지는 중도 및 중도우파 의원들로 하여금 개각을 통해 정부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면서 이른바 `온건파 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위기는 지난 2008년 집권 자유국민당(PdL)을 공동 설립한 동지였던 지안프랑코 피니 하원 의장이 지난 7월 결별을 선언하며 정적으로 돌아서면서 시작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한때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지만, 자신의 저택에서 난잡한 파티를 열고 매춘부와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10대 나이크클럽 댄서와의 추문 및 권력남용설 등이 폭로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현재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상원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원에서는 불신임안 통과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권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하원의원 630명 가운데 불신임안 가결에 필요한 317명을 확보했다며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베를루스코니 총리측의 집중적인 로비와 각개격파식 득표활동의 결과 현 정부를 지지하는 표가 근소한 우위를 차지했다는 관측도 있어서 투표 결과를 쉽게 점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 야권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매표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최대 동맹세력인 북부연맹의 움베르토 보시 상원의원은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고, 야당 중진인 펠리체 볼리사리오 의원은 "내가 바라는 건 베를루스코니를 집에 돌려보내는 것인데, 지금 목도하고 있는 상황은 마치 가축시장과 같다"고 말했다.
만약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살아남는다면 그는 불안한 다수를 유지한 채 총리직에 머물 수 있게 되지만, 패배할 경우에는 사임한 후 조기총선 실시로 갈 가능성이 크다.
불신임안 통과 후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있다.
또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의회 해산 대신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연정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도록 지시하거나 새로운 총리를 지명해 새 정부를 이끌도록 할 수도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현 정부 붕괴시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과 동맹세력인 북부연맹은 총선에서 39.6%를, 민주당을 비롯한 주요 야당은 31.2%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집권당 지지율이 소폭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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