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들이 임시로 이주해 살 김포시 양곡지구 '휴먼시아'. 새 아파트라 깨끗해 보이지만 주민을 맞을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북한군의 포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연평도 주민들의 임시 거처로 확정된 김포 양곡지구는 주민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대중 교통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14일 오전 10시.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양곡지구 '휴먼시아' 아파트 3단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007년 말 분양한 이 아파트는 북한군 포격으로 인천의 찜질방 등에서 피난 생활 중인 연평도 주민들이 앞으로 2~3개월 동안 이주해 지내게될 곳이다.
단지는 총 8개동 345가구로 구성됐다. 이중 155가구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으며, 연평도 주민들은 이 미분양 가구에 들어가 살게된다. 단지는 지어진지 얼마 안돼 깨끗했지만 너무 한적했다.
편의시설은 단지 입구에 위치한 상가 내 할인마트가 유일했다. 아파트 맞은편으로는 잡초가 무성한 공터와 그 뒤에 자리 잡은 야산만 눈에 들어왔다. 이주민들에게 제공될 가재도구 운반 차량이나 버스 정류소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선 교통편이 매우 불편했다. 서울 김포공항 앞에서 버스로 약 40분 정도 소요됐다. 그것도 인근 단지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어들어가야 한다. 단지 앞을 지나는 노선 버스가 없기 때문이다.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 터전인 인천지역으로의 이동도 어려울 것으로 느껴졌다. 오히려 지도 상으로 북한지역과 불과 14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주민들의 공포감을 해소하는데도 역부족으로 보였다.
단지 내 상가건물에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미분양이 많아서 단지가 조용한 편"이라며 "미분양이 많아서인지 아직 교통이나 편의시설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3일 후인 17일 연평도 주민이 이주할 예정이지만 이주민들을 맞을 채비도 부족했다. 인천시에서 지원해 주기로 한 가재도구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휴먼시아 3단지 관리사무소 김병로 소장은 "한마디로 (주민 이주를)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하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도 뉴스를 보고 알거나 위에서 지시사항이 내려오면 그때 그때 통보 받는 실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아파트 현재 거주민은 50% 정도가 전세민이다. 하지만 직접 분양을 받아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연평 주민 이주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혹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일에는 단지 내 실소유자 30여명이 임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민들은 연평 주민 이주로 향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LH에 보상을 요구하고, 연평주민 거주기간 동안 지역난방비 감면도 요구하기로 했다.
한 주민은 "어려운 사정으로 오시는 분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야 하지만 재산권 피해는 입지 말자는 것"이라며 "현재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양촌면에 전달하고, 슬기롭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LH는 월 임대료를 6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이주자에 대한 임대료를 지원한다는 원칙만 세웠을뿐 얼마를 지원할 것인지 확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 계획대로 17일 이주를 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LH 관계자는 "연평도 주민 임대료를 월 60만원으로 책정해 인천시와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기존 입주민들이 분양아파트를 임대아파트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주택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어 이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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