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오(Leveraged Buy Out)는 기업매수자금을 매수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방법으로, 현대그룹에 대한 의혹은 나티시스 은행에서 받은 1조2000억원의 대출금이 현대건설 자산을 담보금 조건으로 걸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타인의 돈을 빌려 기업을 매수하는 수단으로 소규모 자본으로도 기업매수가 가능하지만 거액의 차입을 수반하기 때문에 기업매수 후에는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저하돼 신용위험이 높아진다.
LBO에 대한 의혹은 “프랑스 국책은행에 해당하는 나티시스가 아무런 담보 없이 1조2000억원을 대출해 줄 수 없다”는 상식에서 출발한다.
16일 재계 한 관계자는 “소규모 프랑스 법인이 1조2000억원을 담보없이 대출받았다는 것은 가능치 않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총자산 33억원의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신용 하나로 ‘무담보, 무보증, 무연대보증’으로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빌렸다는 것인데, 이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출처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 해지 안건 등을 17일 주주협의회에 상정할 예정이어서 안건상정의 배경이 된 채권단 법률자문사의 법률 검토의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료가) 전체적으로 불충분해 MOU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률 검토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실무자회의에서는 이 의견을 토대로 MOU 해지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현대그룹이 제출한 확인서가 LBO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에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채권단이 MOU를 해지할 수 있는 ‘결격 사유’에 준하는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조달한 1조2000억원이 ‘대출금’인 정황은 분명한데, 담보나 보증이 전혀 없다는 것을 믿기 위한 충분한 자료 제출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도 16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LBO방식으로 했는지는 모르는 상황이나, (대출확인서만으로는)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면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현대건설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이라는 의혹을 1, 2차 확인서 제출로도 해소하지 못 한 것이 채권단에서 MOU해지라는 카드까지 꺼내들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만약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이는 자격 박탈 요건에 해당된다. 현대건설이 주주협의회 요청으로 주식담보대출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주주협의회는 ‘거래종결 후 확약사항’으로 ‘매각대상인 현대건설 주식의 전부나 일부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또는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를 거래종결일 후 2년간 못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피인수기업의 보유현금 등 자산을 담보로 한 LBO는 위법 사항으로 지적됐지만, 주식을 담보로 할 경우는 설사 은행이 담보권을 행사해 주식을 팔더라도 기업자체에 직접적인 피해가 오는 것이 아니어서 허용돼 왔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에 있어서는 이 같은 방식을 사전에 차단해 놓은 것이다. 여기에 현대그룹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도 현재까지 공시된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그룹은 어떠한 반대급부 없이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결국 채권단의 법률자문사에서도 “‘무담보, 무보증, 무연대보증’으로 1조2000억원을 빌렸다는 것을 그대로 믿기에는 ‘현대그룹의 설명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 함으로써, 현대건설 인수는 넘기 어려운 벽에 부딪치게 됐다.
(아주경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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