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7일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에 대한 북측의 협박이 담긴 전화통지문을 받고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전통문은 이날 낮 12시20분쯤 국방부에 전달됐다.
북측은 이 전통문에서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연평도에서 계획하고 있는 해상사격을 즉각 중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연평도 포 사격을 강행할 경우 공화국(북한)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측은 "그 화력의 강도와 포괄 범위가 지난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당일)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의 이런 주장은 우리 군이 전날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18일부터 21일 사이 하루를 정해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첫 반응인 셈이다.
그간 군은 사격훈련 재개 발표에 대해 북측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해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군은 북측의 협박이 담긴 전통문이 왔다는 사실마저 외부에 알리지 않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연평도에 아직 주민들이 100여명 거주하고 있고, 전통문 내용으로 보아 북측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데도 전통문을 숨겨야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은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북측으로부터 '도발'을 예측할 수 있는 전통문을 받고도 사건이 터진 뒤에서야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국방부는 북측의 협박과 억지주장에 그때그때 일일이 대응하면 오히려 심리전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 전통문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측의 전통문 내용이 공개되어 자칫 우리 내부에서 갈등이 일게 되면 북측의 심리전에 휘말리는 꼴"이라며 "국방부가 내부 회의를 통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군이 정당하게 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북측 전통문 수신 사실을 공개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북측에게 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입장'을 통해 "우리 군은 북측의 협박과 억지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답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어제 훈련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항행경고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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