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이 그 전에도 있었는지 아니면 체벌 금지 이후 공개되고 있는 것인지 자세한 것은 알수는 없지만 근래에 전혀 접해 보지 못한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다.
지난16일 수원 모 고교에서 1학년 남학생이 25세 여교사의 꾸지람에 주먹으로 이 여교사의 얼굴을 때렸다. 이는 여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끼리 서로 때리라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의 잘못 만큼이나 교사의 지도 방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어 17일에는 강릉 모 중학교에서 47세 여교사의 꾸지람에 3학년 남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며 목을 조른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 여교사에게 남학생이 폭행을 가하고 얼굴에 침까지 뱉었다.
또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남학생이 싸움을 말리던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으며, 19일엔 수업시간에 여교사를 향해 성희롱 발언하는 중학생들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경찰이 뒤 늦게나마 수사에 나섰다.
이제 학교에서 마저 교사가 아이들의 잘못을 나무랄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대놓고 책상에 엎드려 자더라도 깨우면 학생이 교사에게 해코지할까 두렵다는 일선 교사의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교육현장의 현실이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 현실에서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퇴학이나 무기정학 수준의 강력한 징계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며칠간의 등교정지나 봉사활동 등이 해당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징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는 교권사건실적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2009년 학생, 학부모에 의한 폭언, 폭행 건이 2001년 대비 9배나 증가했다고 말하며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한국교총은 ‘교권침해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생인권조례’뿐만이 아닌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도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도 21일 논평에서 최근 학생에 의한 교사 성희롱적 발언이나 교사를 상대로 한 폭언과 폭행 등 학생들의 폭력적 행위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교조는 그러나 “최근에 불거진 학교현장의 모습이 체벌금지나 학생인권보호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경쟁만능 교육 등 잘못된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교육정책의 잘못을 지적했다.
특히 전교조는 “한국 사회의 초중등 교육이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한 입시경쟁 교육체제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주지의 사실”이라며 “오로지 대학 입학 성적만이 학생과 학교교육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인이 됐으며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은 설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특히 “체벌금지가 최근 드러난 사건들의 원인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며 “그렇지 않다면 진보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대해 태생적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일부언론과 보수단체의 편협한 인식의 일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동영상은 ‘개념 없는 중학생’ 이 촬영한 것이며 수원 모 고등학교의 교사폭행은 교사의 부적절한 지도방법에 대한 학부모의 주장이 제기됨으로써 그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 우려처럼 정치권에선 이 문제를 체벌금지 차원에서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교총이 제의한 교원교육활동 보호법은 이런저런 사안들 때문에 검토조차 안 되고 있다. 각 당은 체벌금지와 체벌부활 사이에서 싸우고 있고 학생들의 인권보호의 범위 사이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염두해 둔 전교조는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비하하는 것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의 인권 만큼이나 교사들의 교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인권을 주장하기 전에 교사의 인권, 교권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 학교에서 선생님이라는 단어 대신 교사라는 단어가 보편화됐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할 것 같다.
양규현 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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