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 한국 산업 발목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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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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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하늘·이재영·김형욱·김병용 기자) 22일 국제유가가 2년여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0 달러를 넘어섰다.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을 통해 다시 수출하는 한국 산업구도를 감안하면 유가는 환율과 함께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다.

특히 운송·석유화학·철강 업계는 유가 변동에 따른 가격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해당 기업들은 국제유가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우리 산업 전체적으로는 이번 고유가 시대가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운송·철강업체 생산비 폭등...'울상'

운송업체들은 이미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 달러 오르면 연간 3000만 달러 손해를 입는다.

연료비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0%인 해운업체들도 속이 타들어간다. 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은 감속운항을 통해 고유가 파고를 이겨낸다는 전략이다.

철강산업은 운송비 부담 증가로 수출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경쟁업체들에 비해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운송비 인상으로 스크랩(고철) 수입가격이 오르는 것도 생산비 부담을 늘린다.

◇ 석유화학 업계 표정관리 중

정유업체들은 오히려 이번 유가 상승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 마진도 함께 높아지면서 오히려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유가 상승보다는 국제 석유제품과 원유 사이의 마진이 중요하다"며 "소매사업에서 매출 감소가 있을 수 있지만 마진율이 예전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기름값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부담 가중과 정유사에 대한 비난여론 증가 등을 우려해 표정 관리 중이다.

화학업체들 역시 "국제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르지만 제품별로 수급이 달라 손해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유가가 오르면 산업비용도 함께 오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 자동차·조선 고유가 시대를 기회로

자동차업계는 고유가 기조가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자동차 및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고유가는 자동차업계에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며 "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의 구매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선업계는 고유가현상이 지속되면 대규모 해양플랜트 및 관련 선종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이같은 프리미엄 조선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배럴당 80 달러선은 심해에서 석유를 추출해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현재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곳은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자업체들은 이번 유가 상승을 관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해외 곳곳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물류비 비중이 크지 않아 오히려 경쟁사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요 글로벌 시장의 구매심리가 냉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및 물류비용마저 증가하면 전체 시장규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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