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박람회 왜 하나요"..어느 대졸 구직자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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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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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정부 주최로는 사상 처음으로 열린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앞날에 대한 불안감에 풀이 죽어 있었다.

대학에서 전기직을 전공했다는 A씨(27세·男)은 취업상담을 하고 나온 이후 한숨만 푹푹 내쉬면서 "이런 박람회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털어놓았다.

토익 800점에 기사자격증만도 3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며 박람회 소회를 묻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떨구었다. A씨는 벌써 3년째 구직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고 했다.

A씨와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친구 B씨(27세·男)는 올해 한국가스공사에 합격했지만 기쁜 내색이 없다. 애써 서러움을 참고 있을 친구의 가슴에 상처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B씨는 친구를 향해 "상식도 모르는 게 없다"며 "이런 친구가 취직되지 않으면 누가 돼야 하느냐"면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84개 참가 공공기관장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박람회 개막행사가 진행됐다. 이날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박람회에는 오전에만도 수백명을 헤아리는 구직자들의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개막식 후원기관 대표 축사를 한 박재완 고용부 장관은 "2014년을 전후해 구직자와 퇴직자의 인력미스매치가 완전히 역전될 것"이라며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라도 공공기관들이 신규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렇듯 정부와 여당, 공공기관장들은 이번 박람회 개최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물꼬가 트이길 기대했다.
그러나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박람회 자체가 현장채용 방식이 아닌 상담과 홍보,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계획돼 애초에 채용을 기대하는 게 무리였기 때문이다. 면접점수를 잘 받기 위해 옷차림에 신경을 쓴 듯한 상당수 구직자들에게는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민간기업 박람회에서는 소규모라도 현장면접을 통해 채용이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게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의 전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현장면접을 통해 채용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박람회 기획단계에서도 현장에서 이력서 제출을 전제로 하지 않고 정보제공과 구직상담 차원에서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내년 공공기관 채용규모는 올해보다 3000여명 늘어난 1만명이 된다. 다만 기관별 채용규모에서는 큰 차이를 보여 전공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부스를 찾는 구직자들의 발걸음에도 큰 편차를 보였다.

공공기관중 내년도 채용인원(570명)이 가장 많은 한국수력원자력 상담 부스에는 인사담당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으려는 발길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공공기관의 채용이 거의 없었던 한국전력은 내년에는 231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발전자회사들이 분할되기 전인 2004년까지만 해도 매해 1000명 가까운 인력을 채용해 공공부문 인력채용을 선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남동발전(145명), 한국남부발전(118명), 한국동서발전(84명), 한국서부발전(35명) 등 화력발전자회사들까지 포함하더라도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공기업에 비해 매년 석사·박사급을 위주로 소규모 채용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연구직 공공기관들의 부스는 한산하기 마저 했다. 일부 연구기관 인사담당자들은 박람회 참가를 종용한 상부(?)의 압력에 마지 못해 부스개설을 결정했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일까지 실시되는 박람회 경과를 보고 난 후 드러나는 문제점이나 요구사항을 받아 추후 개선방향을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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