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회장이 감옥살이 하고 자식에게 기업 물려주는 우리의 라이벌(삼성)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100년을 못간다.”
대만 1위 재벌인 훙하이(鴻海) 그룹 궈타이밍(郭台銘) 이사장이 삼성에 저주 가까운 발언을 퍼부었다.
중국 둥팡자오바오(東方朝報)는 궈 이사장이 29일 대만 GTSM(GreTai Securities Market)이 주최한 ‘2010년 자본시장 포럼’ 석상에서 연설 당시 이같이 삼성을 공격하며 훙하이 그룹의 신뢰 경영을 강조했다고 31일 보도했다.
궈 이사장은 이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신뢰 경영’이라는 주제로 연설하면서 유난히 삼성 공격에 핏대를 세웠다.
그는 “삼성은 기업의 신뢰원칙이나 기업의 대중화와는 거리가 먼 기업”이라면서 “훙하이 그룹은 기업을 똑똑한 사람에게 맡기지 (삼성처럼) 자식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을 거세게 비난했다.
궈 이사장은 지난달 10일에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LCD 가격담합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후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삼성이 “가격 담합의 주요기업”인데도 불구하고 벌금을 물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분풀이를 한 바 있다.
이러한 궈 이사장의 잇따른‘삼성 때리기’에 대해 글로벌 마켓 리서치 업체 아이서플라이의 구원쥔(顧文軍)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의 사업 확장세로 볼 때 궈타이밍 회장이 삼성에 경계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훙하이를 비롯한 대만 IT 업체는 삼성과 반도체, LCD패널 등 전자제품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대만 기업들이 절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구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이미 대만 IT업계의 ‘공공의 적’이 됐다”며 “대만 IT업계의 대부 격인 궈타이밍 이사장의 ‘삼성 때리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IT 평론가 리이(李易)도 블로그를 통해 “궈타이밍 회장이 삼성을, 특히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시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삼성은 한국의 ‘국보급’ 기업으로 정부가 대대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며 “궈 이사장은 이번에 대대적인 ‘삼성 때리기’를 통해 대만 정부에 IT업계를 지원해 달라고 우회적으로 시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훙하이 그룹은 연초부터 근로자들의 연쇄 투신자살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만 팍스콘(富士康 푸스캉)을 자회사로 둔 회사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법규를 위반하며 노동자를 혹사시켜 왔던 기업의 책임자가 과연 신뢰·윤리 경영을 논할 자격이 있냐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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