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앗아간 중국인 부부의 코리안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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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3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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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발생한 원룸 화재로 남편을 잃은 20대 중국인 여성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0일 오후 7시28분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4층짜리 건물 원룸 지하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인근 4층짜리 원룸 건물을 태우고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중국인 J(27.여)씨가 결혼한 지 10개월 만에 남편과 보금자리, 그리고 코리안 드림을 모두 잃었다.

그녀는 "남편이 저와 살려고 5개월 전(지난 8월) 한국에 들어와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변을 당했다"며 "나이도 젊은데 너무 불쌍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J씨가 중국인 남편(24)과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2004년부터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J씨는 한국의 따뜻한 정(情)이 그리워 올해 2월 말 중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홀로 한국으로 먼저 왔다.

'코리안 드림'의 부푼 꿈을 안고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J씨는 그러나 30일 발생한 화재로 코리안 드림도, 남편도 모두 잃고 말았다.

J씨는 "불이 났을 때 집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며 "7시쯤 친구가 원룸에 불이 크게 났다고 전화를 해줘 남편에게 안부를 물으니 아직 대피를 하지 못하고 화장실에 대피해 있다고 말했었다"고 울먹였다.

전화 연락이 닿은 남편은 그녀에게 "건물에 불이 나고 있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게 마지막 통화일 수도 있겠다"라며 떨리는 음성을 전했다고 한다.

다급해진 J씨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4층 화장실에 사람이 있으니 구해달라고 애원하며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보기도 했지만, 거센 불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남편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J씨는 "중국에 계신 시아버지, 시어머니에게는 충격을 받으실까 봐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라며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응급실에 살아있는 줄 아시기 때문에 가족들이 하루빨리 한국으로 와야 하는데 이마저도 연휴가 끼어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라며 "부모님이 빨리 오실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신경써줬으면 한다"고 간절히 부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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