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불허', '빨간 셔츠의 공포', '역전의 명수'.
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카리스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즈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리나의 리츠칼튼 골프장에서 열린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토마스 비요른(덴마크)에 발목이 잡혀 첫 관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2003년과 2004년, 2008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우즈는 상대선수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스트로크 플레이 마지막 라운드나 매치플레이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성추문 때문에 활동을 중단했다가 작년 4월 복귀한 우즈는 지난해 12월 셰브론 월드챌린지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차로 앞서다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에게 연장 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강세를 보였던 매치플레이 대회에서도 팬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우즈가 이 대회 1라운드에서 떨어진 것은 2002년 피터 오말리(호주)에게 패한 데 이어 두번째다.
스윙코치 숀 폴리와 스윙을 교정하는 우즈는 매치플레이 1라운드에서 퍼트는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티샷과 아이언샷이 중요한 고비에서 크게 흔들렸다.
우즈는 3번홀(파3)에서 어이없는 티샷 실수로 볼을 그린에 한참 못 미친 연못에 빠뜨렸고 연장전 첫 번째 홀에서는 3번 우드로 친 티샷을 페어웨이에서 훨씬 벗어난 덤불 숲으로 날려보냈다.
우즈도 "연장으로 들어가면서 우승의 계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티샷으로) 이길 기회를 날려 버렸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변이 많은 매치플레이 방식의 특성상 하위랭커가 상위랭커를 꺾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만 이날 우즈를 상대한 40세의 비요른도 샷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즈가 비요른에 앞서 나간 것은 1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았을 때가 처음이었을 정도로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비요른은 "오늘 우즈가 힘이 넘치는 것 같아 걱정했지만 13번홀과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마스터인 나경우(43) 제이나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우즈의 부진은 교정된 스윙이 완전히 몸에 익지 않은 탓도 있지만 성추문 이후 가정 파탄 등 복잡한 심리 상태가 아직 정돈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새 스윙코치인 폴리는 백·다운 스윙시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시한다"며 "우즈는 이 조언을 받아들여 스윙할 때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많이 줄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 우즈가 부치 하먼에서 행크 헤이니로 코치로 바꿀 때도 스윙의 변화가 있었지만 전성기를 누렸다"며 우즈의 부진 원인이 스윙보다는 심리상태에서 비롯됐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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