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자료사진) |
(아주경제 이덕형 기자) 지난해 사상 초유의 매출을 올린 국내 항공사들이 조종사 이탈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국 항공사들이 국제노선 증편에 따라 한국 조종사들을 대거 스카우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한국 조종사 200명 확보 경쟁 = 2010년 말 중국에 새로 설립된 신규 항공사는 화물기 전용 항공사를 포함해 28 군데다.
중국 자치구 내 중소 항공사의 수를 합하면 이미 중국은 50여 군데의 항공사가 난립을 하고 있다. 여기에 신생 항공사들이 항공노선을 증편하며 항공기 수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중국 동방항공은 330여대의 항공기를 갖고 있는 가운데 향후 3년간 항공기 160여대를 늘린다고 발표했으며, 조종사 역시 6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심천항공 역시 올해 보잉 737-800기종을 40대 늘리기로 했다. 해남항공조차 단거리 및 국제노선에 항공기 수를 늘리는 동시에 보잉 737-900기종을 20대 추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항공사에서 올해 스카우트하려는 조종사는 약 600명이며, 그 가운데 200여명을 한국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 조종사가 기량면에서 뛰어나며 유럽과 미국의 조종사보다 중국을 잘 이해를 한다는 것도 한국 조종사를 선호하는 이유다.
조종사 스카우트 전문업체 관계자는 "한국 출신의 조종사를 중국 사람들이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같은 중화문화권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조종사 스카우트 위해 인력업체 자금지원 = 중국 항공사들은 조종사 확보에 안간힘을 쏟으며 한국 내 조종사들을 무차별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여기에 조종사 확보를 위해 컨설팅업체에 홍보 및 정책자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조종사 스카우트 컨설팅업체는 아시아퍼시픽 훈련센터 등을 포함에 전국에서 8 군데가 성업 중이다. 이들 컨설팅업체는 조종사 1명을 스카우트할 때마다 중국의 항공사로부터 2만 달러 안팎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컨설팅업체들은 심지어 중국 이외에 동남아 지역으로부터도 한국인 조종사들을 보내달라는 제안을 받고 있다.
◇국내 항공사 조종사 수급에 비상 = 최근 이스타항공의 조종사 10여명이 회사에 집단사표를 냈다. 이로 인해 이스타항공은 조종사 부족으로 하루에 6대를 운영하던 항공기의 운항 편수를 5편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매출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회사를 나간 조종사들이 모두 중국으로 이직을 했다"며 "중국에서 조종사 스카우트 제의가 오면서 조종사들이 중국 민영항공사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은 신규 조종사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충분한 자격을 갖춘 조종사를 채용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사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역시 최근에 20여명의 조종사가 중국 항공사로 이직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14명의 조종사가 이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으로 이직한 조종사의 평균연령은 40대 후반이며, 국내 항공사에서 받던 연봉은 평균 1억원이다. 이들 조종사가 운항을 하던 항공기는 보잉 737기종과 A321기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종사들은 중국으로 이직을 하면서 기존에 받던 연봉보다 무려 50% 이상 더 높은 금액을 제시받았으며, 1년에 휴가와 월차를 합해 60일을 쉬는 것으로 연봉협상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 내부 단속에 부심 = 진에어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민간 및 군 경력 조종사를 상시모집한다고 공고를 냈다. 총 비행시간은 1000시간이며 학사학위 이상 학력과 운송용 조종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을 수시 채용한다.
기존의 항공사들 역시 입소문을 내지 않고 물밑에서 조용히 조종사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기존의 저가항공사의 부기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가항공사들 역시 항공기 대수를 늘리면서 조종사를 선점하려 나서고 있으며, 내부단속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 역시 올해 초 조종사 수급에 난황을 겪으면서 일본인 조종사 2명을 채용했다.
인력난이 심각할 경우 일본인 조종사의 추가 채용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티웨이항공 역시 4호기 도입을 서두르면서 신규 조종사를 올해 초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무섭게 한국의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며 "항공사들 역시 집안 단속에 들어갔으며 이직한 조종사를 채우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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