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장석인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장(경제학박사)는 소위 '비즈니스 생태계' 연구에 관심이 많다. 개념이 생소하다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 '숲'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는 게 장 박사의 소신이다.
"그동안 산업정책 연구가 나무(개별업종)만 보고 숲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이렇게 되니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버거운 측면이 있었죠. 이제는 융합이 대셉니다. 한 업종이 다른 업종과 긴밀히 연관돼 있어서 한 부분만을 파악해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놓칠 수 있죠"
그가 설명하는 산업의 '숲'이 '비즈니스 생태계' 연구의 핵심인 셈이다.
백화점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 정부의 17개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정책에 대해서도 장 박사는 고언을 쏟아냈다.
"김대중(DJ) 정부에서는 '지식산업', 참여정부에서는 '디스플레이·휴대폰 산업'이 아이콘으로 잡혔어요. 그러나 지금 정부는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게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느라 정신차리기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죠"
장박사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산업과의 적절한 접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별로 업종별 고도화 정도가 다른 데 무조건적으로 이를 도입하면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죠. 우리는 우리나름대로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해요" 장 박사는 전통적인 '주력산업'과 신성장동력 산업을 연계시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이 옆에 있다는 게 우리로서는 상당기간 기회로 작용할 것입니다. 혹자들은 중국의 부상이 위기라고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우리의 살길은 무궁무진해요"
정부가 오는 4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17개 신성장동력산업에 추진 성과를 발표하는 게 '턴어라운드'의 계기가 될 것으로 장 박사는 보고 있다.
장 박사는 정부 성향이 바뀔 때마다 우리사회가 겪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산업정책의 틀이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특히 KIET가 맡아 왔던 지역개발연구과제가 현 정부 들어 '5+2 광역개발'로 근간이 흔들리면서 상당한 혼란을 겪었던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정책의 근간이 바뀌면서 과제가 상실됐었죠. 최근 다시 이를 맡게 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작업이 쉽지 않아요"
장 박사와 송병준 원장은 공통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86년 연구원에 들어온 장 박사는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송병준 원장의 '바텀업' 방식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냈다.
"부담도 있죠. 원장님의 뜻을 제대로 받드려면 아래로부터 수많은 정책연구제안이 발굴돼야 하지만, 기존 방식에 익숙해 져 있어서 이것을 중간에서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도 원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 분이시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정책당국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합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르겠어요" 2시간 가량의 기자와 만남 뒤 그는 오후 회의가 있다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약력
△1986년 산업연구원 연구원 △1991년 同산업정책실 책임연구원 △199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업위원회 전문위원 △1997년 산업정책실 수석연구원 △1998년 同지식산업센터 수석연구원ㆍ연구위원 △2003∼2007년 同주력산업실장 △2007년 同주력산업실 선임연구위원 △2007∼2008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SAIS Visiting Scholar △2010년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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